KO승보다 판정승이 ‘남는 장사’
지난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영선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완구 새누리당,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두고 합의문을 발표했는데 새정치연합 내 강경파 사이에서 재협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에서부터 박지원 전 원내대표, 정동영 상임고문까지 가세해 박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문제 삼았고, 박 원내대표는 외적으론 새누리당과, 내적으론 친노 구주류 내지는 전직 지도부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박 원내대표 구출작전에 나선 것은 “이번 기회에 박영선 기를 살려주고 앞으로 원만하게 원내 협상을 이뤄나가며 주도권을 쥐는 것이 실리적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일부는 새누리당 지도부에 이런 뜻을 여러 루트로 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내 전략통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완패한 뒤 꼴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자꾸 생떼를 쓰고, 약속을 파기하고, 자기들끼리 총질하는 모습을 그냥 놔두면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데 오히려 이런 시기에 새누리당이 큰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추후 득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해줬다.
이런 제안을 하는 이들은 박 원내대표가 자당 계파 싸움에서 자유롭고, 합리적인 면모가 있는 데다 여성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정치는 여당이 조금 앞서가고 야당이 한 5㎝ 뒤를 좇는 형국이면 가장 이상적이다. 상대를 KO시키는 것이 아니라 판정승을 해야 하는 곳이 정치판”이라며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서 딜을 한다면 세월호 청문회 증인 출석 문제에서 새정치연합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청와대에선 정호성 제1부속실장만큼은 청문회 증인으로 내놓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자존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이 부분을 양보 받는 대신 야당의 일부 주장을 승낙해 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김무성 대표가 이번 기회에 해결사 이미지를 굳건히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철도파업 중에 국회 내 관련 특위 구성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지만 알만 한 이들 사이에선 김 대표가 청와대의 공을 가로챘다고 이야기한다. 철도파업을 자기 정치 하는 데 활용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에 김 대표가 통 큰 결단으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나선다면 큰 정치인으로 부상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