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양극화가 심각하다. 기업 사내유보금을 풀어 양극화를 해소하고 내수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크다.
새 경제팀의 정책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우선 규제완화와 금리인하로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다. 그러나 주택 구입보다는 자영업자 사업자금이나 서민들의 생활자금 대출이 많다. 우리 경제는 성장률 하락과 부동산시장 침체가 서로 꼬리를 무는 악순환에 걸렸다. 또한 내 집을 마련해도 대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부채상환 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미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36%에 달해 역대 최고치이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가 가계 부도를 재촉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 사내유보금의 환류정책도 불안하다. 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증권시장이다. 배당 증가로 인한 직접적인 효과는 물론 향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여 증권시장은 강한 회복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정책 발표 이후 숨 가쁘게 올랐던 주가가 상승분을 반납하면서 횡보를 하고 있다. 이 정책이 성공하지 못 할 경우 기업들은 유보자금을 소진하여 미래 투자기회를 놓치고 성장잠재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현재의 경기부양정책들을 계속 펼 경우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의 누적으로 인해 경제가 스스로 부도의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 이는 경제가 지도에 없는 길을 가기 때문이다. 경제는 어려울수록 정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 경제는 경기부양책을 펴기에 앞서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개혁의 청사진부터 먼저 내놔야 한다. 특히 신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중소기업을 살려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취업을 하고 부채상환, 소비증가, 주택구매 등의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음에 갖가지 재정과 금융의 팽창정책을 펴는 것이 수순이다.
같은 맥락에서 LTV와 DTI 완화에 앞서 경제부터 일으켜 주택경기가 스스로 살아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도 정부규제를 먼저 완화하여 기업들의 투자부터 손쉽게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 조세유인책을 마련하여 자연스럽게 기업이 자금을 풀게 해야 한다. 경제는 없는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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