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비스병원 치과센터 김기환 과장
생후 6개월~만 3세에 나오는 유치는 유아의 저작 기능을 담당하며 발음을 돕고 영구치가 나올 자리를 확보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많은 부모들이 어차피 빠질 치아라 생각해 유치관리에 소홀하다는 것. 하지만 유치는 영구치에 비해 석회화 정도가 약해 조금만 관리를 잘못해도 충치가 생기기 쉽다. 충치로 유치가 일찍 빠지면 주변 치아들이 쏠리면서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좁아진다. 결국 덧니가 생기는 등 치열이 고르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아이 유치를 철저히 살피고 치과 정기검진으로 치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유치를 위해서는 충치균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엄마의 충치균이 아이에게 옮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아이 입 속으로 전염된 충치균이 세균 군을 형성하면 평생 입안에서 서식하면서 충치를 일으키게 된다. 충치가 있다면 아이와 입 맞추는 것을 피하고, 아이에게 먹일 음식을 입에 넣었다 주거나, 하나의 숟가락으로 음식을 나눠먹는 일도 삼가야 한다. 특히 이 시기에는 ‘우유병 충치’를 주의해야 한다. 대개 밤에 자기 전에 젖병을 물리거나 모유를 먹이며 재웠을 경우 발생한다. 분유나 모유 내 당분이 윗입술과 이 사이에 고여 남게되면 윗니 앞쪽부터 하얗게 변하면서 충치가 발생한다. 우유병 충치는 빠른 속도로 전 치아에 이환되어 심하게 썩어 들어갈 수 있어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밤에 젖을 주는 것을 줄이고 젖병을 물려놓고 재우는 것을 삼가야 한다. 꼭 우유병을 써야 한다면 설탕이 포함되지 않은 보리차 등을 준다. 음식물 섭취 후에는 젖은 거즈로 치아와 잇몸을 부드럽게 닦아주도록 한다. 칫솔질이 가능한 2~3세부터는 정확한 칫솔질을 지도하고, 칫솔과 치약은 어린이 전용제품을 사용하도록 한다. 양치 후 치약이 남지 않도록 입 속을 잘 헹궈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확실한 충치 예방을 위해서는 치아표면에 불소를 발라주거나 치아의 홈을 실란트로 메우는 치과치료가 도움이 된다.
충치가 이미 생겼다면 바로 치료를 해야 한다. 방치하면 충치가 신경까지 진행돼 결국 치아를 뽑아야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상보다 일찍 유치를 뽑게 되면 영구치가 나올 공간을 유지해주는 ‘간격 유지장치’를 장착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충치의 조짐이 보이면 즉각 치과를 찾고, 충치가 없어도 1년에 2번 정도 정기검진을 받도록 한다.
◇6~12세..삐뚤삐뚤 ‘부정교합’
만 6세 이후가 되면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한다. 보통 영구치는 3년 정도 걸려 나 나오는데, 만 12세가 되면 영구치만 남는다. 유치와 영구치 교환기에는 충치가 발생하기 쉽다. 이때는 영구치가 아직 충분히 석회화되지 않은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구강 위생이 좋지 않으면 영구치가 나면서 바로 이가 상하는 것이다. 6세에 나기 시작하는 안쪽 끝 어금니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어금니의 씹는 면은 좁고 깊은 골이 많이 나 있어 이곳으로 음식물 찌꺼기가 쉽게 끼고 칫솔질도 잘 안 돼 충치가 쉽게 생기기 때문이다. 어금니가 나면 미리 치과를 방문해 홈을 메워주는 예방 치료를 하면 충치를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영구치가 나는 시기에는 손가락 빨기, 혀 내밀기, 입으로 숨쉬기, 잠잘 때 이갈기 등의 나쁜 습관을 가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이런 습관들은 치아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가해 치아 위치 및 교합상태를 어긋나게 한다. 부정교합으로 삐뚤어진 치아는 잘 닦이지 않아 충치나 잇몸질환이 나타날 수 있고 삐뚤한 치아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잃는 경우도 생긴다. 자칫 잘못하면 치열 전체 맞물림이 어긋나 주걱턱이 되거나 얼굴 좌우대칭이 달라질 수도 있다.
영구치가 나는 시기에 정기적인 치과검진을 통해 유치를 뽑는 시기, 영구치가 올라오는 시기와 교정치료 여부 등을 확인하면 그만큼 치료기간과 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치아교정은 만 8~12세 사이에 받는 것이 좋지만, 만 16세까지도 교정 효과는 매우 좋은 편이다.
◇13세~20세..영구치 충치 예방
20세 미만 치아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은 충치다. 달거나 끈끈한 간식류를 선호하고 구강내 산도가 높게 유지되는 시기여서 타 연령층보다 충치 발병 위험이 높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기 소홀한 칫솔질도 충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201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구강건강실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은 하루 2.7회 칫솔질을 하며, 아침식사 후가 아닌 식사 전에 칫솔질을 하는 경우가 약 30%에 이르고 점심식사 후 칫솔질을 하는 경우는 35% 정도에 불과해 구강건강에 대한 인식과 행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치는 발병 요인이 되는 음식물 섭취를 삼가는 게 중요하다. 사탕이나 초콜릿, 탄산음료 등 당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이나 떡, 비스킷, 케이크 등 끈끈하여 치아에 잘 들러붙는 음식은 치아 건강에 해롭다. 가급적 먹는 횟수를 줄이고, 섭취 후에는 반드시 이를 닦아야 한다. 양치질이 힘든 상황이라면 맹물로라도 입안을 헹궈내는 것이 좋다. 반면 섬유소가 많이 함유된 야채와 과일은 입 안에서 빗자루 기능을 해주기 때문에 충치를 줄일 수 있다.
가장 좋은 충치 예방법은 올바른 칫솔질이다. 음식 섭취 후에는 반드시 이를 닦아주고 치약은 충치 예방제인 불소가 함유된 것이 좋다. 칫솔질 후 치실이나 치간 칫솔로 치아 인접면을 자주 청소해주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정기적 치과 검진으로 스케일링 등을 받고, 청소년들 중 칫솔질을 잘 안하고 관리가 힘든 경우엔 불소 도포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충치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신경치료와 치아를 씌우는 치료인 크라운을 해야 하고, 심한 경우 치아를 빼고 임플란트 등 인공치아를 해야 하는 만큼 예방과 함께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으로 빨리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단, 원인과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20대~40대..잇몸질환 관리로 치아상실 예방
불규칙한 생활, 잦은 흡연과 음주 등으로 치주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당장 통증이나 치아에 문제가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치아를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치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노년기에 각종 치과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치아가 시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치아를 감싸고 있는 하얀 색의 법랑질이 마모되거나, 치주질환이 생겨 발생된다. 잘못된 칫솔질과 치아를 부식시키는 탄산음료 등의 과다 섭취도 원인이다. 시린 증상은 평소 치아관리만 잘해도 예방할 수 있다. 칫솔질은 잇몸과 치아가 닿는 부분에 45도 각도로 칫솔모를 댄 다음 위아래로 회전시키면서 닦아야 치아와 잇몸이 손상되지 않는다. 법랑질 마모로 시린 증상이 생긴 경우, 마모가 심하지 않다면 치아 뿌리나 치아 안층에 불소를 덮어 씌어주는 치료로 해결이 된다. 하지만 마모가 심하면 레진으로 메워주는 치료와 레이저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치아가 시린 증상 외에 성인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턱관절 장애다. 턱관절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70%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만큼 예방을 위해 틈틈이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턱관절에 악영향을 주는 질기고 딱딱한 음식은 되도록 삼가고, 입을 힘껏 벌려 하품을 하거나 이를 악 무는 행동, 이를 가는 습관 등은 바로잡아야 한다. 턱관절 장애는 대부분 턱관절 교정 장치로 치료하는데, 관절 위치와 형태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는 턱관절 교정장치(스플린트)를 통해 교정이 가능하다.
이 시기는 노년기 치아건강을 좌우하므로 별 증상이 없더라도 구강 상태에 따라 1~2년에 한 번 정도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도록 한다. 보철물을 장착했다면 6개월에 한 번 정도로 검진 받는 게 좋다.
◇50대..본격적인 ‘치아상실’ 주의
50대에 접어들면 아무리 치아 관리를 잘했다고 해도 자연적으로 치아와 잇몸 기능이 떨어지면서 ‘치아 상실’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먼저 오랫동안 씹는 행위로 인해 치아 겉 부분이 닳거나 깨지기 쉽다. 이렇게 손상된 치아는 정상 치아에 나쁜 영향을 끼쳐 잇몸 뼈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특히 잇몸질환이 악화되고, 잇몸이 점차 내려앉으며 치아 뿌리가 썩는 치근우식증(치아뿌리에 충치가 생기는 것)에 이환된 치아도 많아져 치아를 쉽게 잃게 된다. 침샘 기능이 떨어져 침이 잘 분비되지 않아 세균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입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고, 침 분비를 촉진하는 껌이나 치약을 사용하는게 좋다. 치과 정기검진으로 잇몸 상태를 진단받고, 상담 내용에 따라 치실, 치간칫솔 등 보조용품을 올바르게 사용한다. 당뇨, 고혈압 같은 전신질환은 합병증으로 잇몸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치료 정도에 따른 치과 진료도 고려해야 한다.
치아가 빠진 것을 오래 방치하면 입술이 안으로 말려들어가 미관상 좋지 않다. 음식을 잘 먹지 못해 전신 건강도 해칠 수 있다. 때문에 틀니나 임플란트로 상실 치아를 대체해주는 게 좋다. 하지만 틀니는 씹는 힘이 정상 치아의 8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아 딱딱한 음식을 제대로 씹기 힘들다. 반면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특수금속(티타늄) 기둥을 심고 그 위에 인공치아를 얹는 방법으로, 씹는 힘과 모양새가 자연 치아에 버금갈 정도로 좋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