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를 다룬 영화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만큼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얘기다. 공포의 대상인 뱀파이어가 영화인들에겐 영감의 대상인 셈이다.
마치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 익숙한 존재인 뱀파이어는 당연히 상상 속의 존재다. 그러다 보니 영화인들에게 뱀파이어는 다양한 영화적 상상을 투영할 수 있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올해 미국에서 개봉한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가지고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뱀파이어들이 교육을 받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마법사 학교’인 호그와트(Hogwarts)를 배경으로 한 <해리포터> 시리즈를 떠올리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해리포터>가 입학생인 어린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에 이르는 기나긴 과정을 그린데 반해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하이틴 무비에 가깝다. 호그와트에 비해 ‘뱀파이어 학교’인 ‘세인트 블라드미르’의 학생들이 우리로 따지면 고등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기본으로 호그와트와 유사한 ‘뱀파이어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하이틴 무비로 분류할 수 있다.
원제는 <뱀파이어 아카데미: 블러드 시스터스>이고 영어 제목은 <Vampire Academy: Blood Sisters>, 미국에서 올해 초에 개봉했다. 러닝타임은 104분이다. 결말을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속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자! 우선 제작진이 만들어낸 영화 <뱀파이어 아카데미>의 세계를 먼저 살펴보자. 요즘 영화계의 주된 흐름은 판타지다. 현실과는 영화에만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그곳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는 영화가 많아지고 있는 것. 이 영화 역시 비슷하다. 우선 영화에 등장하는 용어들부터 정리하고 가자.
# 모로이(MOROI) : 마법의 고대 종족이다. 피를 먹고 사는 송곳니 생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지만 햇빛에 죽거나 몸에서 빛이 나진 않는다. 또한 영원히 살지도 못한다.
# 담피르(DHAMPIR) : 절반만 모로이인 이들이다. 따라서 모로이처럼 피를 먹고 살진 않고 뭐든 먹을 수 있다. 모로이의 수호자로 ‘그들(모로이)이 우선이다’가 삶의 목적이다.
# 스트리고이(STRIGOI) : 악한 흡혈족. 밤에만 움직이고 은말뚝으로 죽일 수 있다. 또한 피를 빠는 행위로 인간이나 모로이, 담피르 등을 스토리고이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포의 대상인 뱀파이어와 가장 비슷한 이들이다.
# 세인트 블라드미르 : 전 세계의 모로이와 담피르 학생들이 모여 교육받는 뱀파이어 학교. 역사 과학 수학 등을 모로이와 담피르가 함께 배우는데 4교시만 각각의 수업을 받는다. 담피르는 모로이를 보호하기 위한 살상 기술을, 모로이는 마법을 배운다.
영화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선보인다. 왕족으로 차기 여왕이 유력한 리사는 전설의 위대한 모로이 마법사들만 쓸 수 있었다는 영혼술을 쓸 수 있는 데다 절친 로즈와는 결속이 돼 있다. ‘결속’이란 모로이와 그를 지키는 담피르의 영혼이 때때로 연결돼 모로이의 영혼 속에 담피르가 들어가 동일한 것을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전설의 모로이가 될 수 있는 리사를 둘러싼 차기 왕위다툼, 무시무시한 적인 스토리고이와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 소재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실제 영화 <뱀파이어 아카데미>의 1편인 <뱀파이어 아카데미: 블러드 시스터스>에서 이런 중요해 보이는 이야기 소재들은 부가적인 수준에 머문다. 대신 영화는 이성 교제, 질투, 왕따, 우정, 축제 등 하이틴 무비의 요소에 더욱 충실하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뱀파이어라는 점만 배제하면 이 영화는 그냥 하이틴 무비에 더 가깝다.
처음에는 호그와트를 다룬 <해리포터> 시리즈의 짝퉁으로 보이지만 영화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부터는 가벼운 하이틴 터치로 판타지의 세상을 그려낸 색다른 영화라는 느낌이 새롭게 다가온다. 또한 엄청난 수의 스토리고이들이 모여 있는 엔딩신은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 줄거리
영화는 무단으로 뱀파이어 학교인 세인트 블라드미르에서 탈출해 인간 세상에서 살고 있는 모로이 족 리사(루시 프라이 분)와 담피르 족 로즈(조이 도이치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리사가 유력한 차기 여왕인 왕적인 터라 리사와 로즈의 무단 학교 탈출은 뱀파이어 세계에서 엄청난 스캔들이 된다. 결국 학교에서 급파한 담피르들이 두 여학생을 붙잡는 데 성공해 다시 뱀파이어 학교로 데려온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리사와 로즈는 왕따가 된다. 왕족 출신으로 한때 학교 사교계의 중신이던 리사는 애인까지 빼앗긴 상황에서 왕따가 돼 수모를 겪는다.
그렇지만 누군가 거듭해서 리사에게 협박을 가하면서 리사와 로즈는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리사를 왕따로 만들어 괴롭히기 위한 다른 학생의 못된 장난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리사가 차기 여왕 승계자인 만큼 이런 협박이 실질적인 위협일 수도 있다.
다시 학교 사교계의 중심이 되고 싶은 리사는 몰래 영혼술로 학생들의 환심을 사고 빼앗긴 애인까지 되찾아 온다. 그러면서 가장 가깝던 로즈와는 조금씩 거리가 생긴다. 그렇지만 리사와 결속돼 있고 그를 지켜야만 하는 로즈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조금씩 리사의 영혼술, 자신과 리사의 결속 등에 숨겨진 비밀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리사를 흠모하는 크리스티안(도미닉 셔우드 분)의 도움을 받지만 역시 크리스티안에게 관심이 있는 리사는 크리스티안과 로즈의 관계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리사와 로즈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동안 리사를 노리는 손길은 더욱 대담해지는데…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색다른 판타지 하이틴 무비를 접하고 싶다면 클릭
사실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기존의 뱀파이어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역시 기존의 뱀파이어 영화와는 전혀 다른 색채의 <트와일라잇>과도 또 다르다. 적어도 1편인 <뱀파이어 아카데미: 블러드 시스터스>는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가볍게 터치하고 있을 뿐 사실상 하이틴 무비다. 역시 하이틴 무비의 색체를 띄고 있는 <트와일라잇>이 하이틴 무비보다는 멜로나 로맨스 영화에 가깝다면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하이틴 무비의 문법에 충실하다. 다만 새로운 판타지 세상을 기반으로 한 하이틴 무비라는 점에서 기존 하이틴 무비와도 차이점이 뚜렷하다. 따라서 색다른 판타지 하이틴 무비로 분명한 매력을 갖춘 영화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3000 원
초반부를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소개한 모로이, 담피르, 스트리고이 등의 용어를 숙지하고 관람을 시작하면 보다 쉽게 영화 속 판타지 세계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세상을 이해해야 하는 초반부만 잘 넘기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뱀파이어 청춘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수의 스토리고이가 모여 있는 엔딩 신을 보고 나면 저절로 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를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