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도 안하고 스캔들도 없던 그가…
2012년 현직 부장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시키며 ‘검사 잡는 검사’란 별명을 얻었을 당시 김수창 전 지검장. 그는 하루아침에 ‘스타검사’에서 ‘음란검사’로 추락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CCTV에 찍힌 체포 직전의 김 전 지검장 모습으로 뉴스 화면을 캡처했다. 최준필 기자
한때 사정업무를 담당하는 대검 감찰1과장을 지내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던 김 전 지검장은 ‘음란 검사’, ‘딸검사’라는 치욕적인 주홍글씨를 짊어지게 되면서 변호사 개업마저 사실상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법조계에 암암리에 존재하는 ‘전관 예우’ 특혜도 누릴 수 없게 됐음은 물론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22일 김수창 전 지검장에 대한 공연음란 혐의 수사결과 ‘범죄혐의가 인정된다’며 김 전 지검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2일 오후 11시32분부터 52분까지 약 20분에 걸쳐 제주시 이도2동 왕복 7차선 도로변 등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날인 지난 21일 오후 7시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부터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음란행위를 한 남성이 김 전 지검장과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를 통보받았다.
지난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9기)에 합격하며 검사 생활을 시작한 김 전 지검장은 지난 2012년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시키며 ‘검사 잡는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를 통해 일약 ‘스타 검사’의 반열에 올라 선 김 전 지검장은 지난해 4월 검사장급인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한 이후 같은 해 12월 제61대 제주지검장으로 취임하며 영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사건 당시 검·경의 수사권 논란이 일자 당시 특임검사 신분이던 김 전 지검장은 “수사는 검사가 경찰보다 낫다고 해서 수사지휘 하는 거 아닌가. 결과를 봐라. 의학적 지식은 의사가 간호사보다 낫지 않나”고 발언하며 간호사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은 경찰과의 관계에서 지나친 우월의식, 특권의식을 갖고 있었다. ‘경찰=간호사’ 발언 이전, 지난 2012년 초에 있었던 검경 수사권 충돌 상황인 ‘밀양 검사 고소사건’에도 관여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밀양 검사 고소사건’이란 당시 경남 밀양경찰서 정 아무개 경위가 대구지검 서부지청 소속 박 아무개 검사를 모욕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사건이다. 당시 서부지청장이 바로 김 전 지검장이었다.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 사건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에 맡겼으나 검찰과의 힘겨루기 끝에 결국 검찰의 뜻대로 수사권이 관할지역인 수성경찰서를 거쳐 대구지검으로 넘어갔다. 이번 사건 때 바지주머니에서 자위행위 시 윤활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15cm 길이의 베이비로션이 나오면서 더욱 충격을 준 김 전 지검장이지만, 최고의 엘리트들만 모인 검찰 조직 내부에서도 철저한 자기 관리로 촉망받는 인재였다.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은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청렴한 검사로 알려져 있었다”고 했다.
김 전 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19기)인 박 아무개 변호사는 “김 전 지검장은 대검찰청에서 감찰1과장을 지낼 정도로 청렴함을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부적절한) 여자 관계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식 교육도 잘 해서) 아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 현재 군 복무 중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누가 봐도 ‘모범적이고 엘리트 검사’ 분위기를 폴폴 풍기는 김 전 지검장이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일탈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김 전 지검장은 ‘성도착증’(성적 행동에서의 변태적인 이상습성)이 의심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이 범죄 행위가 발각될 경우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데도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은 성적 욕구를 조절하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거나 누적된 스트레스가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범죄심리 전문가인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란행위를 이번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자주 했을 가능성이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어릴 때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 하거나, 원만하더라도 아버지가 엄하고 권위적일 경우 왜곡된 성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 ‘오이디푸스컴플렉스’다. 또한 왜곡된 ‘인지도식’(Recognition schema·일생의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형성되고 집적된 개인의 신념체계)에 의한 결과로 보이며, ‘성도착증’이 의심된다. 아울러 외국 관련 논문들에 따르면 성 범죄자는 대개 거짓말을 하는 습성이 있다. 김 전 지검장 경우도 경찰서에서 자신의 동생 이름을 대는 등 거짓말을 한 것은 일단 그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해 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체포에 순순히 응하고 유치장에서 하루를 보낸 것은 내면의 혼란과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을 지낸 현대사회범죄연구 백기종 전문위원도 “성도착증으로 의심된다. 보통 이런 사람들의 유년 시절 성장 환경을 보면 성적으로 억압된 엄한 집안에서 자란 경우가 보통이다. 이런 경우 대개 낮에는 예의범절이 똑바르고 직무에 충실하다가도 밤에 술에 취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억압된 욕망이 비정상적으로 표출되는 행태를 보인다. 김 전 지검장은 성격이 소심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았던 것으로 보이며 혼자 지내다보니 노출증과 관음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백 전문위원은 “김 전 지검장이 서울고검에서 ‘억울하다’며 기자회견을 할 때 ‘경계성 성격장애’를 의심했다. 이는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것으로 마치 거짓을 스스로는 진실처럼 생각해 버릴 수도 있는 증상이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자기 자신의 죄를 합리화시키고 죄책감을 전혀 안 느끼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기에 태워도 ‘옳다’ 생각하면 설사 거짓을 말해도 ‘진실 반응’이 나와 버린다. 일종의 정신병이다. 그동안 노출이 안 돼서 그렇지 계속 주기적으로 (이 같은 음란행위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