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휴가 중 국내적으로 큰 사고를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매사추세츠 주로 휴가를 떠나던 날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무고한 흑인청년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죽는 사고가 발생, 분노한 흑인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그는 17일 휴가를 일시 중단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시민의 자제를 촉구하고, 흑인인 에릭 홀더 법무장관을 현지에 파견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퍼거슨시에서 시위가 계속 중임에도 19일 다시 휴가지로 떠나 골프를 즐기며 나머지 휴가를 마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로 다시 떠나던 19일 시리아에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가 알카에다에 의해 참수됐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오바마는 기자들의 코멘트 요청에 휴가지에서 성명을 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떠났다.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 씨 참수사건 때 국내에서 벌어졌던 패닉에 가까운 소동을 생각한다면 그런 무사태평도 없다.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도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한다”고 말했었다. 세월호 사건으로 박 대통령이 반대 세력으로부터 많이 듣고 있는 말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아베 총리 역시 야마나시현의 휴가지에서 머물고 있던 지난 19일 히로시마에서 산사태가 발생, 8월 27일 현재 70명이 죽고 18명이 실종된 대형 사고가 터졌다. 그는 20일 오전 장관들과 골프를 치던 중에 사고 보고를 받은 뒤 골프를 중단하고 도쿄로 돌아왔다.
그가 구조작업에 자위대 투입, 후루야 게이지 국가공안위원장 현지 파견 등의 조치를 취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는 그날 저녁 다시 휴가지로 떠났고, 야당과 언론이 공격할 조짐을 보이자 다음날 다시 돌아왔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보다 좀 더 무심한 지도자가 최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그는 총리 시절이던 지난 5월 301명이 죽은 탄광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가서 “이런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해 터키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우리의 대통령들이 이런 태도를 보였다면 야당은 대번 탄핵감이라고 공격할 것이다. 그런 나라가 요지경인지, 우리가 요지경인지 모를 일이다.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보냈다는 ‘7시간’까지 문제 삼는 우리나라야말로 대통령하기 어려운 나라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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