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은 선수 얘기… 욕심내지 말고 즐겨라”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감독은 “마라톤은 잘 뛰면 보약이 되지만 무리하면 독약이 된다”며 펀런(fun run)과 안전을 강조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펀 런’(fun run)과 안전. 두 시간 가까이 나눈 대화에서 황영조 감독은 이 두 가지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마라톤을 흔히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수들의 얘기다. 마라톤을 취미로 즐기는 일반인들은 독하게 뛰면 다치고 만다는 게 그의 강조점이다.
—마라톤을 뛸 때 중요한 것 세 가지만 꼽으라면.
“즐겨라.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즐기라는 거다. 요즘 아마추어들은 프로 마인드를 갖고 있다. 선수들이야 한계에 도전하면서 뛰지만 일반 참가자들은 그럴 필요 없다. ‘몇 킬로미터를 몇 시간 만에 주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지 않다. 그저 매일 몸이 견디는 만큼만 뛰다보면 자연스레 실력도 늘게 된다. 또 이번 대회에 참가할 땐 친구, 연인과 함께하면 좋겠다. 상대적으로 못 뛰는 사람에게 속도를 맞추면서 대화하며 뛰다보면 정말 즐거운 운동이 될 것이다.”
기자는 황영조 감독을 만나기 전 온라인 마라톤 동호회에서 아마추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들을 추렸다. 신발, 바람막이 등 마라톤을 할 때 갖춰야할 장비부터 훈련량, 통증 관리까지 세세한 내용들에 대한 궁금증이 주를 이뤘다.
—신발에 관한 궁금증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신발을 갖춰야 하나.
“우선 신발이 제일 중요하다. 쿠션이 좋은지 확인하고, 발 사이즈보다 5㎜ 정도 큰 러닝화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여성 러너들은 발에 꼭 맞는 신발 신기를 좋아하는데 잘못하면 발톱이 빠질 수도 있다. 또 밑창이 얇은 선수용 신발을 신으면 스피드는 좋아질지 몰라도 무릎, 발목 등에 무리가 간다. 신발이 갖춰졌다면 땀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양말을 갖춰 신어라.”
—그 외에 장비는 뭘 준비해야 하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등산 열풍이 불 때 히말라야 올라가도 될 만한 복장을 갖추고 뒷동산 올라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요즘 아마추어 마라토너들도 선수들 입는 짧은 반바지 입고 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장비, 복장 연연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뛰라고 조언하고 싶다. 뚱뚱한 사람은 그냥 땀복 입고 뛰어도 되고, 추우면 몇 겹 껴입고 뛰면 된다.”
—훈련량은 얼마나 정해둬야 하나.
“‘4훈 3휴’다. 일주일에 4일 훈련하고 3일 쉬면 제일 좋다. 몰아서 뛰지 말고 하루 운동하면 하루 휴식해야 한다. 운동량은 획일적으로 ‘이만큼 뛰라’고 얘기할 수 없다. 마라토너의 나이, 근육량과 매일의 컨디션 등을 고려하며 훈련량을 정해야 한다. 마라톤에 중독돼서 매일 뛰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면 몸에 무리가 가게 된다. 최대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안전하게 뛰어라.”
—운동하면서 통증이 느껴질 때 계속 뛰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몸은 항상 신호를 보낸다.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쉬어야 한다. 참고 뛰면 고질병으로 이어져 아예 못 뛰게 되는 수가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 할 때가 많다. 뛰면서도 항상 몸 상태를 예민하게 신경 써야 한다.”
—달리기와 병행할 만한 운동이 있다면.
“운동의 생활화를 실천하면 된다. 굳이 돈 들여 헬스장 갈 필요 없다. 계단 오리걸음으로 올라가기, 샤워하는 동안 앉았다 일어났다 100개 하기, 팔굽혀펴기를 하면 좋다. 그리고 오래 달리려면 복근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근육을 키워야 부상도 줄어든다.”
—호흡법에 대해서도 많이들 궁금해 한다.
“항상 복식호흡을 해라. 보통 두 번 들이쉬고 두 번 내쉬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을 거다. 하지만 뛰면서 숨이 차는데 이걸 무조건 지킬 수는 없다. 들숨은 두 번에 걸쳐 최대한으로 들이쉬되, 날숨은 최대한 빠르게 내뱉는다.”
—몸 상태를 체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조언해 달라.
“매일 안정심박수와 체중을 확인해라.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누운 상태에서 심박수를 체크한다. 과로하거나 몸에 무리가 왔을 땐 평소보다 심박수가 높다. 이런 날엔 무리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아침 운동 후에 체중을 매일 확인해서 운동량을 조절해 나간다.”
—페이스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나.
“돌아올 때를 생각하면 된다. 반환점을 돌았을 때 너무 지쳐서 걷게 된다면 그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거다. 내 생각에 ‘완주’란 속도가 얼마가 됐든 처음부터 끝까지 뛰는 것이다. 반환점도 돌기 전에 체력 다 소모하고 걸어서 골인하면서 완주했다고 하는 건 진정한 의미의 완주가 아니다.”
—특별히 추천하는 식단이 있다면.
“5㎞나 10㎞를 뛰는 참가자들은 가벼운 음료수 정도만 마시고 뛰어도 좋다. 하지만 하프 코스나 풀코스를 뛰려면 그만한 열량이 필요하다. 나는 카스테라나 찰떡, 바나나와 연한 커피를 함께 마신다. 주스나 우유는 위장에 무리를 준다. 굳이 밥을 먹어야겠다면 김, 멸치, 백김치 등 고춧가루가 들어있지 않은 반찬 위주로 식사한다. 그리고 대회 시작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게 좋다.”
—특별히 좋아하는 달리기 코스가 있나.
“석촌호수에서 뛰는 걸 좋아한다. 완전 평지에다가 우레탄이 깔려있어 무리하지 않고 뛸 수 있다. 2.5㎞ 둘레를 두 바퀴에서 다섯 바퀴 정도 뛴다. 그 이상은 잘 안 뛴다.”
—대회 당일 참가자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당일의 환경에 예민해져라. 마라톤은 몸 상태에 따라 잘만 뛰면 보약 한 재를 먹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리하면 보약이 독약 된다. 하프 코스 신청했다고 무조건 완주할 필요 없다. 당일 컨디션이 나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10㎞ 뛰면 된다. 실력의 80%만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욕심내지 말고 뛰어라.”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