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접수한 최강 종마 ‘피는 못속여’
씨수말 선데이사일런스의 ‘후손’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최근 각광을 받기 시작한 리미트리스비드는 2세부터 10세까지 현역으로 활약하며 63전14/8/10의 성적을 거뒀고 블랙타입 경주에서도 9승(2위4회, 3위8회)을 올렸다. 그레이드급 경주에선 우승한 적은 없고, [G3]경주에서 입상만 했기 때문에 G3P(Player)로 분류돼 있다.
리미트리스비드의 자마는 모두 10두가 경주마로 등록돼 있다. 이 중 가장 앞서나가는 말은 20조 배대선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마하나임이다. 폭발적인 순발력을 앞세워 선행으로 일순하는 스타일로 3연승을 거두며 벌써 4군에 안착했다. 데뷔 초에는 약한 편성에서 저 정도 이기는 것은 별것 아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지만 상대가 강해질수록 자신도 강해지는 등 경주를 거듭할수록 성장폭이 커 이제는 크게 뛰어줄 재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밖에도 2전1/0/1의 굿스타트(32조)가 있고 데뷔전에서 바로 입상했던 케이럭과 선더히어로 등이 있다. 온에어만 유일하게 입상에 실패했다. 현재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말도 파타야, 질풍마루 등 5두가 있다.
리미트리스비드의 뛰어난 유전능력은 그의 부마인 선데이사일런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선데이사일런스는 현역시절엔 경마의 본고장인 미국을 주름잡았던 명마였다. 은퇴 후에도 일본으로 팔려가 씨수말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일본의 경마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먼저 현역시절 성적부터 살펴보자. 14전 9승 2위5회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7승 2위3회가 블랙타입 경주였다. 더 놀라운 것은 [G1]대회에서만 6승을 올렸다는 점이다. 이런 성적으로 선데이사일런스는 1989년 미국의 3세 수말 챔피언을 지내며 연도 대표마에 올랐다.
연령별로는 2세부터 4세까지 활동했으며 거리적성은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맹활약한 전천후였다. 가장 짧은 거리는 1200미터(1전1승)였지만 그 어떤 경주거리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1300미터(3전1/2), 1700미터(1전1승), 1800미터(2전2승), 1900미터(1전1승), 2000미터(5전3/2), 2400미터(1전0/1)의 성적이 말해주듯 최강의 강자들이 모인 그레이드급 경주만 출전했는데도 2위 이하를 벗어난 적이 없을 만큼 강인한 면을 보여줬다. 그 결과 선데이사일런스는 20세기 최강의 경주마 100마리 가운데 31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선데이사일런스는 일본에서 최고의 씨수말로 명성을 날렸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국내에서도 그동안 선데이사일런스의 후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데이사일런스를 조부마로 둔 국내 경주마는 그동안 190여 두가 있었다. 현재 경주마로 등록돼 있는 말만도 40여 두에 달한다. 얼마 전 대박을 터트렸던 이변의 주인공인 서울의 머니바다(국2 양재철)와 팍스코(국2, 안해양), 그리고 부경의 빛나는(국2 장세한)이 대표적인 말이다. 그밖에도 국3군에 4두, 국4군에 2두, 국5군에 7두, 국6군에 8두가 현재 등록돼 있다. 일본에서 직수입한 외산마도 있다. 1군의 스모킹건(부경)을 위시해 2군의 여러분의여왕(부경), 3군의 장산라이언(서울)과 고려스타(서울)가 있다. 이제 경주마로 활약을 시작한 4군에는 제이원, 파이어도트, 블랙일렉스 등 3두가 있다.
그동안 국내에 들여온 씨수말들이 선데이사일런스 자마의 주류가 아니라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들의 성적을 토대로 선데이사일런스 혈통과 친화력이 있는 경주마의 혈통을 분석해보는 것도 현재 신마들의 전망을 진단해보는 간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요신문>이 그동안 국내에서 활약해온 190여 두의 후손들을 분석해본 결과 선데이사일런스와 가장 친화력이 좋은 혈통은 댄지그 계열의 암말들이었다(50전이 안되는 조합은 데이터상으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제외했음). 선데이사일런스의 수말 자마들과 댄지그 계열의 암말들 사이에서 태어난 국내 경주마는 총 19두인데, 이들은 184전26/16/17의 성적을 거둬 승률 14%, 복승률 22%, 연승률 32%를 보였다. 국2의 팍스코가 이 조합에 의해 태어난 대표마다. 얼마 전 데뷔전에서 깜짝 우승을 했던 선더히어로(조교사 박대흥)도 이 조합으로 태어난 말이다.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말로는 호루라기(이신영)와 일일천리(송문길) 등이 있다. 두 마리 모두 니혼필로필의 자마다. 니혼필로필은 현역시절 9전 6승 2위1회를 거둔 말이지만 블랙타입 입상 기록은 없었다. 두 마리 가운데선 일일천리보다는 호루라기가 혈통상으로는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외국에서도 검증된 혈통의 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260전(32/22/29) 동안 승률 12%(복승률20, 연승률31%)를 보인 미스터프로스펙터였다. 그 다음이 노던댄서 계열의 암말이었고, 나머지는 10% 미만의 승률을 기록했다. 선데이사일런스와 미스터프로스펙터의 조합에 의해 태어난 대표적인 자마는 부경에서 한동안 활동했던 스모킹건이다. 부경 울줄리 조교사 마방의 파타야와 유아더베스트, 김창옥 조교사의 신마 동광제일도 이 조합에 의해 태어난 말이다.
이 가운데 유아더베스트는 주목할 만하다. 부마인 스테이골드(Stay Gold)가 지금까지 국내에 선보인 선데이사일런스 자마들 중 가장 걸출한 말이기 때문이다. [G1]대회에서도 우승했을 뿐만 아니라 씨수말 데뷔 후에도 일본 리딩사이어 6위에 오를 정도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선데이사일런스의 주류 자마들 중 하나인 셈이다. 아직 주행검사를 받지 않아서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기억해둘 만한 혈통 우수마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