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준 조교사 부경경마 6조 사령탑으로 데뷔
구영준 조교사(당시 기수)와 골딩의 경주 모습.
[일요신문] 한국경마 최초로 조랑말 기수 출신 사령탑이 탄생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옛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성적부진 등으로 마방운영을 그만두게 된 김성현 조교사의 후임으로 구영준 기수(42세)를 6조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3일 밝혔다.
특히 새 인물이 지금껏 한국경마에서 볼 수 없었던 제주 조랑말 기수 출신 1호 조교사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구영준 신임 조교사는 경마계에 귀감이 되는 기수였다.
1992년 두 번째로 조랑말 기수 양성소를 졸업하고 제주 경마공원에서 기수로 데뷔한 그는 10여 년 동안 2000회 기승의 베테랑 기수로 제주 마주협회장 등을 우승하는 등 큰 대회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큰 뜻을 품고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하자 정식 서러브렛 기수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초기에는 제주 조랑말 기수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지만, 꾸준한 성적으로 2007년 연간 47승을 기록하는 등 다승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조랑말 기수 돌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젊은 기수들처럼 파워풀한 면모는 없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와 훈련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조랑말 기수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경주마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서러브렛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그는 조랑말 기수 출신 최초로 조교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데뷔 소감을 묻자 구영준 조교사는 “조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경마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가장으로서 역할을 못 한 것이 미안하다”며 “말을 탈 때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두는 제주조랑말 기수 때의 습관으로 어려움이 많았고 한 때는 경주마로 출발선에 서면 겁이 날 때도 있었으나 도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두려움을 씻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영준 조교사는 기수 시절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던 ‘골딩’과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로 유명했다.
‘골딩’은 모의경주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가장 먼저 1군으로 승군, 부산경남 경마장 개장 경매에서 국내 최고가인 1억2000만원에 낙찰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왼쪽다리에 이상이 생기면서 컨디션 난조를 보여 개장 이후 2위 2번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골딩 훈련을 전담했던 구영주 기수는 어린 ‘골딩’의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훈련 강도를 조절하는 등 공을 들인 후 한국마사회장배(GⅢ)와 부산광역시장배(GⅢ) 제패해 화제를 모았었다.
당시 ‘골딩’의 훈련을 전담하면서 경주마의 훈련 강도, 주기, 방식 등을 과작학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구영준은 “개체별 특성에 따라 구간마다 시간을 조절해서 뛰는 인터벌 훈련과 단거리 고속훈련, 장거리 저속 훈련방식을 정확하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됐다”며 “당시 우승보다는 조랑말 기수라는 선입견을 털어냈다는 기쁨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영준 조교사라고 하지만, 신규 조교사라면 누구나 겪는 마필수급이 문제.
하지만 ‘골딩’에 대한 기억과 늘 조교사를 따라 제주도를 누비던 성실함을 알던 마주들로부터 30마리가 넘는 지원을 약속받은 상태다.
경마 전문가들은 “구영준 조교사는 조랑말 기수에서 서러브렛 기수로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훌륭한 경마인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금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배우고자하는 열정을 잃지 않고, 조교사들과 함께 마방운영을 배운 만큼 팬들이 원하는 최강의 경주마들을 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구영준 조교사는 이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조랑말 기수출신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지금껏 한국경마에서 볼 수 없었던 유형이다.
좀처럼 보기 드문 이력의 구영준 조교사가 앞으로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