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문’ 닫혀 놓친 ‘대어’ 찾아낸다
▲ 이용호 씨와 4년여 만에 국내로 압송된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인사 최병호 씨(오른쪽). YTN 화면 캡처 | ||
최 씨는 이미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그뒤 최 씨는 현지에서 사기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아오다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에 의해 추방, 지난 3월 11일 국내 경찰에 인계됐다.
지난 80년대 말부터 명동 사채시장에서 활동한 최 씨는 업계에서 기업 합병(M&A) 및 매수의 큰손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친인척과 함께 인천 지역 최대 금고인 경인상호신용금고 대주주로서 벤처기업 실권주 인수, 어음할인, 기업 대출 등을 통해 덩치를 불렸다. 최 씨는 IMF 사태 이후에는 체이스 벤처캐피탈 등의 법인을 운영하면서 벤처 기업 주가 조작, 증시 작전 세력과의 담합 등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최 씨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99년 4월경부터다. 당시 금감원은 기업인, 대학 교수, 증권사 직원 등이 개입한 증시 작전 세력과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가차익을 챙긴 기업체 사주 등 30명을 적발,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 씨가 주가조작과 시세 조종에 깊숙이 가담한 혐의가 포착된 것.
이로부터 넉 달 후 최 씨는 금감원으로부터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에서 또 다시 주식 불공정거래를 하다 적발됐다. 당시 최 씨는 증권사에 개설한 16개 위탁계좌를 통해 대우금속(현 인터피온, 차후 검찰 수사에서 이용호 씨의 계열사로 밝혀짐) 주식을 매매하면서 시세를 조종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추가로 고발당했다.
결국 이듬해 3월 최 씨는 시세조종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고, 4월에는 알선수재 혐의로 추가 기소돼 그 해 7월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최 씨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지난 2001년 9월에 와서다. 전년도 5월에 이어 검찰이 자체 첩보에 의해 이용호 씨(49)의 금융 비리를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최 씨가 이 씨의 계열사인 인터피온 및 삼애인더스 주가 조작과 전환사채 발행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 것. 최 씨가 이 씨 계열사의 어음을 할인해주고 운영 자금을 지원한 혐의까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이용호 게이트’의 실질적인 배후 거물로 부각됐다.
최 씨는 그 해 9월 이 씨 등 20여 명과 함께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11월에는 이 씨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2002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최 씨는 항소 직후인 11월 병보석으로 석방됐으나 2003년 2월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돌연 잠적, 무려 4년여 간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지를 오가며 몸을 숨겼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배 중이었던 최 씨의 신병이 이번에 인도되면서 주가 조작과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이 씨가 벌어들인 자금의 구체적인 쓰임새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크게는 최 씨가 자금을 끌어들이는 역할은 물론 이 씨의 자금 관리까지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 씨가 그간 소문과 풍문으로만 떠돌던 정·관계 로비 전면에 나섰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검찰은 지난 2001년 수사 당시 검찰 주변에 퍼진 “이 씨가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며 접촉했다”는 소문의 사실 관계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파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검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검찰이 최 씨가 대주주로 있던 금고 및 최 씨가 운영했던 유령회사(탑 뱅크)의 자금 이동 경로와 이 씨가 발행한 해외 CB(전환사채) 펀드 가입자들에 대한 확인을 통해 과거 수사에서 놓친 커다란 ‘알맹이’ 찾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씨로부터 돈을 받아 사법 처리를 받은 동교동계 전직 국회의원들과 사업가 여운환 씨 사건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여차하면 지난 2001년 이용호 게이트 수사 당시 이 씨의 인맥으로 구설수에 오른 정·관계 인사들 특히 호남 실세들의 이름이 이번 최 씨 수사를 통해 또 다시 오르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한편 이용호 게이트와는 별개로 검찰이 최 씨를 압박, 이용호 씨와 관련해 아직도 남아 있는 의문들에 대해서도 수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이 씨가 인수하려다 김흥주 씨(구속)에게로 넘어간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로비의혹 그리고 이 씨의 리젠트화재 매각 당시 이 씨와 초·중학교 동창인 김재록 씨의 개입 의혹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