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배우들 열연 불구 허망한 결말 끝내 신의 한수는 없었다
@ 영화 정보
러닝타임 118분인 <신의 한수>는 ‘도박’과 ‘복수’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주된 소재는 ‘바둑’이지만 이 영화에서 바둑은 도박의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그러니 바둑 영화이기보단 도박 영화, 도박 영화라기보단 복수 영화에 가깝다.
<신의 한수>에선 <타짜> 1편의 냄새가 난다. 바둑 용어로 단락을 나눠 놓은 편집부터 캐릭터 하나하나에 개성을 실으려 노력한 부분, 무엇보다 도박을 주된 소재로 했다는 부분 등이 그렇다.
그렇지만 내실은 다소 빈약하다. 우선 캐릭터의 한계가 아쉽다. 주인공 태석(정우성 분)이 도박판에 휘말리기 전에 어떤 인물이었는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 살수(이범수 분)는 왜 그렇게 잔혹한지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배꼽(이시연 분), 주님(안성기 분), 왕사범(이도경 분), 꽁수(김인권 분), 허목수(안길강 분), 량량(안서현 분), 아다리(정해균 분)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넘쳐나지만 각각의 사연은 빈약하다.
스토리의 개연성 역시 크게 떨어진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교도소에서 만난 조폭두목(최일화 분)이다. 그는 태석에게 (액수는 정확치 않지만 대략) 수십억 원은 돼 보이는 복수 자금을 대주며 싸움의 기술까지 전수한다. 태석의 바둑 실력으로 인해 일주일의 귀휴를 다녀온 데 대한 대가인데 그 대가치곤 너무 과해 보인다. 그가 태석에게 왜 이런 큰 도움을 주는지,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등이 그려졌으면 영화가 더욱 튼실해졌겠지만 특별출연일 뿐인 최일화의 비중은 거기까지가 끝이다.
여하튼 영화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캐릭터들의 개성으로 인해 관객들을 쉽게 몰입시킨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일등공신이다. 정우성을 비롯해 이범수 김인권 이시연 등이 가세했으며 안성기 안길강 이도경 최일화 정해균 등 베테랑 조연 배우들이 힘을 실어준다. 여기에 아역배우 안서현도 큰 활약을 보탠다.
문제는 결말이 매우 허망하다는 것. 기본적으로 정우성이 이범수를 이기는 과정에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 ‘신의 한수’가 없었다. 게다가 복수는 바둑이 아닌 주먹을 통해 이뤄진다. 왜 바둑을 활용해 어렵게 복수를 계획한 것인지, 영화 앞부분이 의미를 잃어버릴 정도다. 처음부터 간단하게 주먹으로 해결하면 될 터인데 왜 바둑알을 두고 낑낑대며 동료가 죽어가는 데도 가만히 있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표적인 용두사미 영화로 기록될 수 있을 정도의 결말이다.
아무래도 감독은 후속편을 위해 감춘 이야깃거리가 있는 듯하다. 신의 한 수를 둘 수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 부산에 있다는 얘기가 중간에 잠시 언급되는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태석 일당은 부산으로 떠난다. 아무래도 부산에 있다는 전설적인 인물이 속편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독방에서 벽을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태석과 바둑을 둔 전설적인 인물의 얘기 역시 속편에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마디로 정리해 <신의 한수>는 너무 재밌게 보다가 결말에서 김이 확 빠져버린 영화다.
@ 초이스 기준 : ‘복수’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B급 영화를 좋아한다면 클릭
바둑을 전혀 모르는 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복수에 올인하며 개성 있는 캐릭터로 힘을 더한다. 어지간한 할리우드 B급 영화보다는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다.
@ 추천 다운로드 가격 : 1000원
러닝타임 90분 정도까지만 놓고 보면 1만 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허망한 결말과 개성은 있지만 살아 숨 쉬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 캐릭터의 아쉬움으로 인해 추천 다운로드 가격은 10분의 1인 1000원이 되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