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무관심’ 기부 ‘팍팍’ 인격이 명품이네
손정의 회장은 평상복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한 편으로, 평소 회사 로고가 박힌 홍보용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고 한다. 작은 사진은 아이스버킷챌린지 모습. AP/연합뉴스
그로부터 20년 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일본의 부자 순위’에서 손 회장은 최고 부자 자리를 꿰찼다. 잡지에 따르면 그의 자산 총액은 약 20조 원. 매년 10억씩 써도 2만 년은 족히 걸리는 큰돈이다. 그렇다면 일본 제일의 부자는 어디에 돈을 쓰고, 어떠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
당연히 ‘서민은 상상도 못할 꿈같은 생활이겠지’라는 지레짐작도 들지만, <주간겐다이>에 실린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먼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 의식주(衣食住) 중 ‘의’를 예로 들어보자.
소프트뱅크 사장실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손 회장이 입는 정장들은 확실히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최고급 맞춤정장이었다. 그러나 평상복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한 편이었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손 회장은 평소 회사 로고가 박힌 홍보용 티셔츠를 즐겨 입었으며, 몇 만 원짜리 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에 나선 적도 많다”고 한다.
손목시계 역시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한 가지를 고집할 정도로 명품에 대한 욕심이 없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스스로 “나는 패션 센스가 없으니까…”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애초 옷에 대한 욕심이 없으니 감각이 생기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한다.
의식주 가운데 ‘식’은 어떨까. 여기에서도 다소 뜻밖의 증언이 나왔다. 평소에는 전혀 회장답지 않은(?) 메뉴를 자주 선택한다는 것. 소프트뱅크의 전 간부는 “사업관계로 회식할 때는 고급 요리점을 이용하지만, 가령 점심시간에는 대중적인 규동(소고기덮밥)이나 돈가스를 배달해 먹는 날이 많다”고 회고했다.
다만, 손 회장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라고 한다. 특히 치아 건강이 신체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생각해 세 달에 한 번은 꼭 치아 상태를 점검한다. 또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으며, 충분한 비타민 섭취와 금연은 기본. 여기에 프랑스 천연 탄산수 페리에를 챙겨 마신다. 특이한 것은 회의실에 러닝머신을 배치. 바쁠 때에는 운동을 하면서 회의도 함께 진행하는 진풍경이 빚어진다.
이렇듯 의외로 소탈한 모습의 손 회장이지만, 대부호답게 몇 가지 곳에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집이다. <주간포스트>에 따르면, 도쿄 아자부에 위치한 손 회장의 저택은 대지면적 3000㎡로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초호화 저택이다. 땅값을 포함한 건설비만 약 600억 원이 들었다. 연못이 딸린 정원에 100명 정도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일광욕실. 그리고 지하에는 골프 연습장과 수영장 및 볼링장까지 갖췄다. 대문의 높이는 3m. 그야말로 거대한 성채와도 같다.
저택뿐만이 아니다. 하코네에는 대지면적 6000㎡에 노천탕이 딸린 별장이, 가루이자와에도 시가 50억 원 상당의 호화 별장이 있다. 평소 자신이 입고, 먹는 것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돈을 안 쓰는 그가 자택과 별장에 통 큰 씀씀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지인들은 “손 회장이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남달리 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손 회장의 가족은 일본인 아내와 두 딸이 있다. 과거에는 시간을 내 아내와 딸들을 데리고 유럽 등지에서 휴가를 보내기도 했으나 사업이 커질 대로 커진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 따라서 가까운 곳에 별장을 소유해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인은 “손 회장은 취미조차도 일이다. 그에게 시간은 금쪽같다. 칼과 포크를 사용하는 요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단시간에 먹을 수 있는 덮밥 등으로 때운다. 부를 과시하기 위해 명품을 걸치거나 사치스러운 취미에 시간을 허비하는 법도 없다. 그는 열심히 일해 사회를 놀라게 하거나 벌어들인 수익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일에 무엇보다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로 손 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약 1000억 원을 기부하고, 은퇴할 때까지 자신의 보수를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혀 많은 일본인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후계자 양성학교 설립 까닭 300명 중 1명 뽑아 60세에 물려준다 유례없는 후계자 양성학교를 설립한 배경에는 손 회장이 열아홉 살에 세웠다는 ‘인생 50년 계획’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20대에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30대에 운영자금을 축적, 40대에 일대 승부를 걸어 50대에 사업을 완성시키고, 60대에는 다음 세대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1957년생인 손 회장의 나이는 현재 56세. 인생 계획에 따르면 바통을 넘겨줄 후계자 육성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