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은 당내에서 `문 창구’로 불린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았던데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 정치특보로 있으면서 당과 청와대간 가교 역할을 해온 것을 빗댄 말이다. 여기다 그의 독특하고 현란한 어법 때문에 그의 발언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주목을 끈다.
최근에 출입기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 문 의원의 ‘말 말 말’ 네 가지.
첫번째는 문 의원과 당내 지도부간의 갈등 와중에서 나온말 .
문 의원이 “`김혁규 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이 부결될 경우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발언하자 일부 소장파들이 문 의원의 발언에 대해 “문 의원이 (청와대에서 파견한) 총독이냐”며 비난하고 나섰다.
언론에 자세히 소개되지 않았지만 문 의원의 답변은 이랬다.
“날 더러 총독이니 과거 권 아무개 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마치 `고자가 간통한다’는 소리와 같다. 나는 정치특보로서 대통령의 의중이 잘못 전달되는 것을 제대로 잡아줄 뿐이며 당직이 없는 `깍두기’다.”
여기서 `권 아무개’란 과거 김대중 정권 시절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렸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지칭하는 말.
문 의원은 자신을 겨냥한 `총독론’이 회자되는데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장에서는 같은 청와대 출신인 유인태 이광재 서갑원 의원 등과 맨 뒷줄에 앉았다가 기자들이 구름처럼 주변에 몰리자 “얘기 좀 그만 시켜라. 정말 나를 죽이려는 것이냐”고 하소연하기도. 또 “왜 앞줄에 앉지 뒤에 앉았느냐. 그러니까 기자들이 모이는 것 아니냐”고 하자 “앞에 앉으면 또 `총독이라 앞에 앉는 것 아니냐’고 할 것 아니냐”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문 의원은 당 지도부에 대해선 `독박론’을 펴며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열린우리당 신-구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김혁규 총리론’의 당위성을 설명했음에도 “당 지도부가 못알아들어” 자신이 `독박’을 썼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에 의해 4일 전격적으로 대통령 정치특보직에서 `잘린’ 후 밝힌 문 의원의 소감도 재미있다. 문 의원은 “대통령이 날 해방시켜준 것 아니냐. 개인적으로 총대를 멘 나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홀가분한 기분을 표현했다. 그는 또 당에서 당청간 창구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놓고 총독이니 뭐니 하는 얘기가 자꾸 나오니까…”라는 말로 당 지도부와 소장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준원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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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13 1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