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하다가 ‘백태클’ 공방 점입가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여당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는 “박 대통령으로선 조간신문 1면에 김 대표와 단둘이 앉아 있는 사진을 원치 않을 것이다. 김 대표가 미래권력으로 비치는 것이 죽어도 싫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둘의 양자회담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내다봤다.
그 탓인지, 김 대표가 이틀 뒤 반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당 개혁과 정치권 혁신이라는 임무를 6개월간 수행할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영입한 것이다. 김 전 지사는 박 대통령과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어찌 보면 친박계의 공적 같은 인물이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관측했다.
“이번 혁신특위가 중요한 것은 바로 당·청 관계 재정립 문제를 불 지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 혁신이란 미명하에 청와대 파출소라 빗대지는 여당이 완전히 ‘탈박’해 박근혜 색깔빼기 내지는 거리두기를 혁신 기조로 할 수 있다는 소리다. 지난 황우여 대표 체제에서는 청와대가 여의도 정치를 쉬이 주무를 수 있었지만 김 대표 체제에선 그렇지 못하다. 김 대표도 박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라 하지 않았나. 당·청 재정립 문제는 김문수 전 지사여서 가능할 것이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김 대표와 관계가 오래인 한 의원은 이런 말도 했다.
“김 대표 본인이 통이 크고 또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 김 전 지사를 영입했다고 보지 않는다. 오로지 청와대에 투항할 것 같은 사람을 빼고 찾다 보니 김 전 지사가 보인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김 전 지사의 이미지가 혁신과 상통하기 때문에 정당성을 확보했고, 친박에서도 누구 하나 찍소리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친박이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 지도부 회동 모습. 박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김 대표와의 단독 면담을 피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김 지사뿐 아니다. 혁신특위 위원으로 전·현직 국회의원 10명이 선임됐는데 강석훈 의원을 빼면 모두 ‘친김무성’ 인사이거나 PK(부산·경남) 출신들이다. “그야말로 무대(김무성 대표 별명)일색”이라 평가한 의원도 있었다. 그는 “언론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얼마나 떠들었나. 하지만 실제 유 의원은 어떤 제안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정병국 의원은 네 편도 내 편도 아니어서, 유 의원은 출신이 원조 친박이어서 비토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의 권력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또 “박 대통령이 기소권 수사권을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주면 국가 기반이 흔들리고 삼권분립도 훼손하는 것이라 하셨는데 이런 이야기를 박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며 “일하지 않는 국회는 세비를 반납하라고 이야기한 대목에서 당 국회의원들의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권에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탈당을 언급해 정계개편 이야기가 회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정계개편 이야기가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 국회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하지만 여권 발 정계개편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친박에서 쓸 만한 인물은 모조리 정부가 빼갔다는 것이다. 중진 차출론으로 광역단체장이 된 핵심 친박들도 다수다. 친박으로 분류됐다 최근 당직을 맡은 한 초선 의원은 “솔직히 김 대표와 일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적어도 한다, 안 한다,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고 실행에 옮긴다. 황우여 전 대표와는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주박야김(낮엔 친박근혜, 밤엔 친김무성)’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김 대표 우호적 발언을 한 셈이다. 정치권 동향을 파악하는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당에 친박이 누가 있는가. 윤상현 전 사무총장이나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요즘 언론에 기사 하나 안 난다. 말 한마디 없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석상에도 간헐적으로 출석한다. 김 대표가 뭐라 하면 모두가 열중쉬어다. 당과 정부가 엇박자이지 당내는 일사불란하지 않는가. 이게 친박의 현주소다.”
김 대표가 친정체제를 꾸려 정부에 턱을 치켜세우면서 조기 레임덕 이야기까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