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들은 이유가 있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기 위해서 이유를 만드는 사람들이란다. 당연히 이유 없이 가혹하게 다치는 호구가 있기 마련이다. 호구는 꿈을 믿고 리듬과 박자를 믿지만, 타짜는 기술을 믿고 전략을 믿고 또 언제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긴장을 풀지 않는 타짜는 전략적이고 치밀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무엇보다도 개평이 넉넉하다.
“개평을 너무 많이 준 거 아닙니까? 3백에서 2백을 돌려주다니….”
“개평을 안 주면 죽는 수가 있고 너무 적게 주면 수갑을 차는 수가 있다. 이 직업을 천직으로 삼으려면 개평 주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때로는 관대하게! 때로는 무자비하게!”
때로는 관대한 탈을 쓰고, 때로는 무자비할 정도로 넉넉해야 최고의 타짜가 된단다. 최고 타짜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 흥분하면 약 오르고, 약이 올라 악에 받친 행위를 하면 게임은 끝이니까.
세상의 음지에서 세상을 배운 최고의 타짜의 저 말이 만화 <타짜>의 클라이맥스라고 나는 생각한다. 돈을 따려면 먼저 상대방의 마음부터 따라! 돈은 따는 것이지 빼앗는 게 아니다!
무엇이든 마음을 얻지 못하면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을 따는 데는 정도가 없다. 내 마음부터 열어야 한다. 마음을 열고 교감해야 한다. 이주영 장관처럼. 그는 기막히게도 세월호 참사 직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았다. 난제였다. 다른 정치인들이 설렁설렁 진도에 다녀가 눈치만 보는 것과는 달리 그는 아예 진도에 머물러 유족들과 함께했다. 수염도 깎지 않고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며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내 유족들이 마음으로 그를 챙기기에 이르렀다.
세월호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우리가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의, 너무나 아까운 희생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욕심 많고 어리석은 어른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진도 앞바다에서 어이없게 빠져 수장된 영혼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아이들이고, 형제들이고, 자매들 아닌가.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5명이 없어서 망했다. 지금 여당에 이주영 같은 사람이 5명만 있으면 세월호 사태가 저리 지지부진하진 않을 것이다. 결국엔 사람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소통해야 사는, 우리는 사람이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