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No 성관계 Ok ‘그녀’는 언제나 내 편
일본 영화 <공기인형>의 한 장면.
리얼돌은 실리콘 재질 또는 피부와 비슷한 촉감의 재질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성인여성 크기의 인형을 말한다. 리얼돌, 러브돌, 섹스돌, 더치와이프 등 명칭은 다양하다. 더치와이프라는 이름은 네덜란드 선원들이 만든 인형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오랫동안 바다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은 ‘특별한’ 물건을 만들어 성욕을 해소했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리얼돌의 역사는 유구하다.
일본은 ‘성진국’ 답게 리얼돌 제작에 있어서도 종주국이다. 애초에 일본에서 리얼돌은 일반적인 성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마네킹과 다를 바 없는 얼굴에 몸 형상만 겨우 갖춘 고무 덩어리였다. 하지만 차츰 일반인들도 찾기 시작하면서 인형 제작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촉감도 인체에 가깝게 실리콘으로 만들었고 최근에는 눈동자를 움직일 수 있는 리얼돌까지 생겨났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리얼돌 제작업체는 ‘오리엔트 공업’이다. 오리엔트 공업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리얼돌은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생김새가 정교하다. 온라인 구매 또한 가능하다. 주문 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양한 얼굴의 리얼돌을 이름과 함께 보여준다. 얼마나 디테일한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직접 주문서를 만들어봤다. 진갈색 생머리에 어딘지 신비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이쿠라 미나미’를 선택했다.
기자가 선택한 이쿠라 미나미. 가격은 725만 원 정도다.
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캔디돌’도 있다. 리얼돌이 성인 여성의 모양을 하고 있다면, 캔디돌은 여자 아이를 본뜬 모양이다. 동그랗고 앳된 여자 아이의 얼굴을 한 인형에 미성숙한 바디를 택하면 된다. 더 작은 사이즈의 인형인 ‘나노’라인도 있다. 여기엔 타이트한 짧은 팬츠의 운동복을 옵션으로 살 수 있다.
일본의 뒤를 잇는 리얼돌 제작사는 유럽의 ‘돌스토리’(Dollstory)다. 일본산보다 섬세하고 리얼하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양인, 서양인 등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얼굴이 24가지나 됐고 표정 또한 다양했다. 여기에 갈색, 초록색, 회색 등 눈동자 색도 고를 수 있다. 헤어스타일 표본은 20개, 피부색도 제각기 다르다. 얼굴만도 1000개 넘는 조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리얼돌이 이 정도 가격이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먼저 석고 등 단단한 소재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여기에 실리콘을 덮어 보다 자연스러운 주물틀을 만든다. 여기에 인체 감촉을 더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특수 실리콘을 부어 몸을 완성한다. 속눈썹은 한올한올 수작업으로 붙이고, 안료로 섬세한 화장을 입힌다. 마지막으로 정교한 가발을 씌워 헤어스타일을 완성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수준의 리얼돌을 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반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관세법 234조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 기타 이에 준하는 물품”은 국내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 성인용품점에서 파는 건 국내에서 생산된 리얼돌이다. 하지만 ‘리얼돌’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만큼 조악하다는 게 흠이긴 하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외국제품과 달리 국내산은 비싸야 100만 원 수준이다. 자세를 바꿀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얼굴은 마네킹 머리를 붙여놓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런 조악한 수준에도 이용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바가지 긁을 일도 없고 항상 내 편이 돼준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등 다양한 후기가 올라와 있다. 또 성인용품 판매 사이트에서 사진 후기도 다수 볼 수 있다. 실제 수년간 ‘인형체험방’이라는 간판을 단 업소가 성행하기도 했다. 침대가 놓여있는 작은 방에 리얼돌이 누워있고, 머리맡에는 성인영화나 포르노를 볼 수 있는 컴퓨터를 둔 구조다. 경찰에서 관련법 규정을 만들어 단속하면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유럽산 리얼돌은 점·문신도 가능해 얼굴만 1000개 이상의 조합이 가능하다.
애인 대체용품으로 추앙(?)받지만 단점은 있다. 보관 문제다. 누군가 집을 방문했을 때 리얼돌이 침대에 누워있는 현장을 목격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민망하다. 이런 점을 해소하기 위해 부분 리얼돌이나 공기인형도 판매한다. 공기인형은 비닐소재로 만들어진 사람 형태의 풍선에 공기를 넣어 사용한다. 보관과 다루기가 쉬운 반면 외관에서는 어떤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일부 이용자는 투명한 공기인형에 란제리를 입혀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보완해줄 만한 제품이 ‘부분 리얼돌’이다.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엉덩이와 가슴 모형이 그것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부분 리얼돌에 대한 판매 문의와 특정 모델명 제품에 관한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성에게 이런 다양한 선택권이 허용된 건 불과 몇 개월 전이다. 지금까지 남성용 자위기구는 음란물로 지정돼 판매, 전시가 금지돼왔다. 하지만 지난 7월 법원은 새로운 판단을 내렸다.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제품을 진열하고 팔아온 혐의로 기소된 업주에게 무죄를 확정 판결했다. 대법원은 “비록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준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리얼돌 국내 반입 가능성도 조금씩 열리는 추세다. 관세청 통관기획과 관계자는 “리얼돌에 관한 규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수입 허가된 판시가 있다면 들여올 수 있다. 아직 리얼돌을 국내로 반입하려는 사람은 없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경찰도 속인 리얼돌 변사체 신고에 총출동…알고보니 ‘헉!’ “사람 시신 같은 게 도랑가에 있다.” 지난 14일 오후 4시 20분경, 경기도 양주경찰서에 한 통의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밤을 따러 산을 오르던 이 아무개 씨(48)의 가족은 배수로에 여성의 다리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현장에 출동한 고 아무개 형사는 싸늘하게 식은 다리를 만져보았다. 경직이 풀어졌고, 시신 부패가 이뤄진 걸로 보였다. 현장 보존을 위해 폴리스라인을 치고, 과학수사대 출동을 요청했다. 감식반이 오는 걸 기다리는 사이에 출동한 경찰들은 주변을 수색했다. 현장 감식반을 포함해 50여 명의 경찰이 주변 곳곳에 배치됐다. 주변 수색과 현장 증거물을 확보한 뒤 6시 40분경 긴장된 마음으로 천을 걷어냈다. 민머리에 큰 눈으로 초점 없이 한곳을 바라보는 눈, 몸 한가운데 뚫린 용도가 의심스러운 구멍. 시신의 얼굴을 살핀 경찰은 허탈감이 밀려왔다. 유사 성행위를 위한 실리콘 인형이었다. 두 시간의 수색작전이 한 편의 코미디가 된 순간이었다. 고 형사는 “변사 사건에 여러 번 출동해봤고 시신도 만져봤다. 말랑말랑한 게 꼭 사람과 같았다. 인형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살인사건이 아닌 건 다행이지만 정말 황당했다”고 말했다. 치밀하게 조작된 사건현장에 경찰은 형사들을 우롱하기 위해 일부러 꾸민 것으로 판단했다. 범인 색출을 위해 일단 국과수에 인형에서 채취한 정액 분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정액 샘플로 범인을 잡더라도 물을 수 있는 죄목은 폐기물 관리법 위반이 고작이다. 경찰은 해당 인형을 양주시청으로 보내 폐기처분하고 국과수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