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얘기는 빼고 대화할 수 없겠니…?
2007년 올 한 해가 대선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인지 국민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인물은 역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였다. 그는 올 한 해 넷짱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하며 당선과 함께 올해 마지막 넷짱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 당선자는 넷짱 전체 1위 부문에 4회, 정치인 부문 10회, 급상승 부문 1회 등 총 12회로 전 분야를 통틀어 넷짱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인물로 집계됐다.
이 당선자가 올해 처음으로 넷짱에 이름을 올렸던 것은 지난 5월 12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지만 아이가 불구로 태어나게 되는 상황에서의 낙태는 용납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당시 이 당선자는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였고 이 말은 ‘MB 어록’이라는 말실수 모음집에 기재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 당선자가 넷짱에 이름을 가장 많이 올린 기간은 한나라당의 경선 과정에서다. 박근혜 전 대표 측근이자 훗날 무소속 이회창 후보 진영으로 몸을 옮긴 곽성문 의원이 지난 6월 5일 “X파일에 이 전 시장이 친인척 등 다른 사람 이름으로 8000억~9000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이명박 X파일’의 존재를 언급해 이 당선자가 그 주 넷짱 전체 및 정치인 부문 1위에 올랐다.
경선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BBK 의혹, 도곡동 땅 의혹, 위장전입 등의 의혹이 난무하며 계속 이름을 올렸다. 이 당선자는 경선 후 “앞으로 경선에서 제기됐던 문제는 다 검증돼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당선되기까지 자녀 위장채용 의혹, 김경준의 귀국과 검찰 수사 의혹 등 숱한 파장을 남기며 넷짱에 끊임없이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인물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넷짱 전체 및 정치인 부문에서 총 8회에 걸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 9일 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하면서 그 주 넷짱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이틀 만인 지난 1월 12일 갑작스런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을 맹비난하고 자신의 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해 다시 정치인 부문 1위에 올랐다. 당시 네티즌들은 “임기 1년을 남기고 대통령이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시종일관 변명만 늘어놔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다음달 22일 열린우리당 탈당을 선언하고 “2월 안에 당적을 정리하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넷짱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노 대통령은 “2003년 민주당 탈당 기록을 포함 역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임기 중 두 번의 탈당 기록을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그 후에도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라는 글을 공개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탈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야합과 구태정치의 산실”이라며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이 글에 대해 “대통령을 공격하면 뜰 줄 알았겠지만 이는 낡은 방식”이라는 옹호성 반응을 보이는 한편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주자에 대해 일방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 (왼쪽부터)싸이, 이승엽, 옥소리 | ||
이외에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 경선 불참 발언을 시작으로 탈당과 통합신당 입당 등 많은 우여곡절로 넷짱에 총 5번의 이름을 올리며 정치인 중 세 번째로 많이 넷짱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수 중에서는 싸이가 네티즌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싸이는 가수 부문 6회와 전체 부문 1회를 합쳐 총 7회에 걸쳐 이름을 올렸다.
싸이가 올해 처음 넷짱에 등장한 것은 지난 4월 11일 MBC 인기프로그램인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코너에 출연해 “예술의 전당이 대중음악인들도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었다. 네티즌들은 당시 “대중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여 보기 좋았다”며 대체적으로 싸이의 발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후에 싸이가 넷짱 가수 부문에 단골로 오르게 된 것은 병역특례 비리 파문 때문이었다. 병역특례 비리 의혹이 불거져 넷짱 가수 부문에 이름을 올린 지 2주 뒤 싸이는 “군 재입대 회피를 위한 그 어떤 행정 소송도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 번 넷짱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싸이는 10월 출산예정이었던 쌍둥이를 거론하며 “아이들에게 떳떳하고 싶다”고 밝혀 네티즌들의 동정표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싸이는 “병무청과 개인 면담을 하고 싶다”며 자신이 불과 2주 전에 내뱉었던 현역 입대 발언을 번복하는 행동을 보여 지난 7월 2~6일자 넷짱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싸이는 지난 17일 현역으로 재입대했지만 여전히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정당한 판결이다’ ‘군 복무를 했는데 왜 또 보내느냐’는 상반된 견해로 논란이 벌어져 올해의 마지막 넷짱에서까지 가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선수 중에서는 홈런왕 이승엽이 가장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총 6회에 걸쳐 넷짱에 이름을 올리며 스포츠선수 중 1위에 올랐다.
이승엽 선수는 지난 6월 10일 깊은 부진에 빠져 4번 타자 자리를 같은 팀 선수였던 아베 신노스케에게 내주면서 올해 처음으로 넷짱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지난 7월 12일 한신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패배하며 이승엽은 시즌 5연패의 주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2군으로 강등돼 다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 선우은숙, 노현정 | ||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총 5회에 걸쳐 스포츠선수 부문 1위에 오르면서 이승엽과 한끝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박지성은 특히 “활동량에 비해 득점력이 부족한 선수”라는 평가를 불식시키며 골 소식을 전하는가 하면 나이키와의 12년 장기계약으로 120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올 한 해 좋은 소식만을 네티즌들에게 전하는 듯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무릎 인대 수술로 사실상 올 시즌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란 불행한 소식을 끝으로 한동안 넷짱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지성은 지난 12월 1일 기나긴 재활 훈련을 끝으로 “조만간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관계자가 그의 귀환을 알리며 스포츠선수 부문 1위에 오르면서 다시금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연예인들의 이혼 소식도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10월 셋째 주 넷짱에서는 옥소리, 박철 부부가 “파경이 옥소리의 외도 때문이다”라는 한 언론의 보도로 두 부부가 나란히 전체 및 주간 급상승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옥소리는 이혼 소식으로 인해 3주 연속 전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배우, 급상승 부문을 통틀어 총 5번의 이름을 올렸다. 연예인으로서는 네티즌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인물이다.
그 다음 주에는 이영하·선우은숙 부부가 결혼 26년 만에 “서로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이혼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넷짱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이혼설’로 큰 관심을 받은 인물이었다. 노현정은 올해 넷짱에서 방송인, 급상승, 유명인사 부문을 넘나들며 총 4번의 1위를 차지했고 그 이유가 모두 그와 관련된 ‘이혼 괴담’ 때문이었다. 노현정은 “이혼했다” “위자료 30억 원을 받았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한 언론사의 구체적인 ‘이혼 오보’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올해에도 연예인들의 사망 소식이 네티즌들을 슬프게 하기도 했다. ‘미녀 삼총사’란 그룹을 결성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개그맨 김형은은 지난 2006년 12월 16일 교통사고를 당해 목 부분 신경이 절단되며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였다가 출혈이 심해져 결국 숨지면서 1월 첫째 주 넷짱에 올랐다.
그 2주 뒤인 1월 21일에는 가수 유니가 앨범 발매 하루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가수 부문 1위에 올랐다. 특히 유니의 자살 이유가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로 인한 우울증 때문이라고 밝혀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게 일기도 했다.
가수 유니의 자살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2월 10일에는 탤런트 정다빈이 남자친구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정다빈은 ‘타살설’로 2주 연속 넷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경찰이 자살로 사건을 종결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시간에 대한 의문점, 정다빈이 만취 상태였음에도 자신의 미니홈피에 글을 남기고 자살했다는 점, 남자친구의 집에서 자살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타살설을 제기했다.
또한 올 한해 넷짱에 이름을 올린 특이한 인물도 있었다. ‘스팸메일의 여왕’이란 명칭으로 통했던 ‘김하나’는 검거해 보니 프로그램을 만들어 특정 업체에 팔았던 21세 남성으로 밝혀져 네티즌들을 놀라게 했다. 또 프랑스 축구 스타 티에리 앙리의 방한 소식에 난데없이 지난 독일 월드컵 때 ‘앙리1214’라는 아이디로 “앙리 사랑해요” “저 앙리 때문에 미치겠어요” “앙리 두상이 너무 이쁘지 않아요” 등의 말을 남기며 ‘앙리소녀’라는 애칭으로 통했던 인물이 넷짱에 오르기도 했다. 불법복제게임 CD 기술자로 불리던 일명 ‘플스여왕’ 역시 검거되면서 넷짱에 이름을 올렸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