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고 가지말고 따라오게 하라!
▲ 겸손맨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재석은 안티가 거의 없을 정도다. | ||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봉사와 헌신으로 남을 존중하면서 자연스럽게 권위를 얻는 리더십을 말한다. 이러한 리더십의 가장 좋은 예는 2007년 한국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끈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이다.
SK는 전해인 2006년 6위에 그친 팀. 2007년에도 올스타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구성원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김 감독은 선수 한명 한명의 장점을 키워서 적재적소에 투입, 팀플레이에 역점을 두는 경기를 펼쳤다. 그 결과 김 감독은 부임 첫 해에 SK를 1위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이 패배로 끝난 후 김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에 지게 된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잘 했는데 벤치가 잘못했던 것 같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표정은 결코 비관적이지 않았다. “4승해야 시리즈를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2연패했다고 낙담하지 않고 앞으로 남은 경기를 준비하겠다”라며 오히려 선수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패배의 원인과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팀 분위기를 추슬렀고 나아가 선수들에게 더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결국 SK 와이번스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2연패 뒤 4연승이라는 짜릿한 드라마를 만들며 팀 창단 후 첫 우승의 영예를 차지한 것이다.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등장했지만 김 감독의 리더십이 결정적이었다는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명령이 아닌 권유를, 겁이 아닌 희망을 주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선수단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결국 섬김의 리더십은 무작정 끌고 가는 것이 아닌 따라오게 만드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사장도 섬김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시장에서 그의 모습은 누가 사장인지 직원인지 모를 정도다. 주차 안내에서 배달, 청소까지 항상 먼저 나서기 때문이다. 그는 일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직원들의 모습도 그와 닮아있다.
최근 방송 3사의 예능프로그램을 휩쓸고 있는 유재석 역시 섬김 리더십의 대표주자다. 그는 항상 자신을 낮추고 게스트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그 흔한 안티팬을 찾기 힘들 정도다. 수원대 경상학부 우경진 교수는 “유재석의 리더십이 조직위에 군림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리더십,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성공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는 ‘서비스형 리더십’의 전형”으로 평가했다.
부드러운 섬김의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섬김의 리더십’을 조직에 도입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임원진은 새해를 맞아 사원식당인 복지센터에서 일일 배식자로 나섰다. 허남석 광양제철소장은 “친밀감 넘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며 리더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삼성생명, 하나은행, LG화학 등도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섬김의 리더십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섬김의 리더십에서 ‘동기부여 능력’을 최고로 꼽는다. 김성근 감독의 경우 젊은 선수나 매너리즘에 빠진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숨은 잠재력을 끌어내는 그만의 능력이야말로 최고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직장 내에서도 부하가 상사에게, 상사 역시 부하에게 일방통행(명령)이 아닌 서로를 위해주는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듯하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