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번 소동은 2011년 자치선거에서 2016년까지 분리 독립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한 알렉스 새먼드 당수의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비롯됐다. 중앙 정부의 집권 보수당 데이빗 캐머런 총리는 새먼드 당수에게 2016년까지 갈 것 없이 2014년에 실시하라고 윽박질렀다.
오래 끌면 끌수록 찬성세력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대세력이 확고하게 우세한 상태에서 조기 결말을 내겠다는 속셈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줄곧 독립 반대 여론이 우세했으나 막판 들어 백중세로 바뀌더니 일부 여론조사에서 역전현상까지 나타나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영국으로선 국토의 3분의 1과 인구 및 GDP의 약 10%가 날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국가적인 위상에 치명상임은 물론 캐머런 총리는 나라를 조각낸 책임을 져야하고, 스코틀랜드를 절대적인 지지기반으로 하는 야당인 노동당에도 치명적이다.
여야의 주요 정치인들이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독립 반대를 설득해야 했다. 왕국의 하나가 떨어져 나갈 상황에서 ‘엄정 중립’의 입장을 고수하던 영국 왕실도 막판 들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장래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중앙 정부와 여야 정당, 왕실이 힘을 합쳐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막았다.
이 소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구상에는 수많은 지역에서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독립 또는 통일운동이 있었고, 우크라이나에서 보듯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통일을 구실로 김일성이 도발한 6·25 전쟁은 그중에서도 가장 참혹했다.
지금도 남한과 북한은 겉으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하지만 통일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두려움이 있다. 북한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염려하고, 남한은 통일이 초래할 경제의 주름살을 염려한다. 이런 이율배반 속에서 한반도는 해방 후 70년 가까이 최장기간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통일을 하자면서 끊임없이 도발을 일삼는 북한이다. 생각 같아서는 남북이 모두 통일 포기를 선언하고 그것을 주민투표에 붙이면 어떨까 싶다. 그러나 영국에서 보듯이 그것도 같은 체제, 같은 소득 수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2만 6000달러 대 1000달러 수준의 남북의 국민소득 격차가 어느 세월에 비슷해지려나.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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