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함께 못가!” 분당 경고장 던졌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대위 고사로 ‘한 수’를 접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4월 9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김·안 당시 공동대표가 입장하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두 전직 공동대표가 비대위를 고사한 이유는 대략 ‘책임을 지고 지도부를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비대위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타임 쉬겠다는 뜻인데, 이는 단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치면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을 수락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분명하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당직자는 그 메시지에 대해 말을 이었다.
“결국 문재인을 비롯해 친노진영과는 함께하기 어렵다는 뜻 아닌가. 그 두 사람은 야권 내 비노·중도 진영을 대표하는 큰 축이면서, 현재 정계 내부에서 활발히 얘기되고 있는 야권 재개편의 핵심이기도 하다. 비대위 고사는 결국 친노진영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 지도부에 분당 가능성을 포함한 경고의 의미를 깔고 있을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경고’라는 의미를 앞서의 당직자와 공유하면서도, 더 나아가 차기 전당대회에 초점을 맞춰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비대위의 핵심은 결국 차기 전당대회다. 투표자 구성에 있어서 1차적으로는 당원과 비당원의 비율, 그리고 방법론으로 들어가서는 모바일투표의 사용 및 비율 여부가 관건이다. 결국 두 전직 공동대표는 당연한 얘기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친노진영에 유리하거나 비노진영에 불리한 방식은 결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것이다. 만에 하나 그런 방식이 채택된다면, 야권 재개편의 방향으로 가겠다는 경고도 실려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한 가지 견해를 덧붙였다. 친노진영을 넘어 문재인 의원을 겨냥한 경고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문재인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당직자의 말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9월 24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정세균·문희상·박영선·박 지원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궁극적으로는 차기 전당대회에 문재인 의원이 직접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진영 내부에선 현재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는 문재인 의원이 전대에 나서 당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실제 분당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해당 진영에선 한마디로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전직 공동대표가 우려했던 바가 어째 현실화되고 있다. 두 사람이 ‘무언’으로 던진 경고의 메시지에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형국이다. 이제 막 물위에 띄운 문희상 비대위호가 시작부터 친노진영을 중심으로 한 계파색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25일 혁신위원장 자리에 범친노계인 원혜영 의원을 앉히면서 급속히 불이 붙었다. 비주류 인사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혁신위원장직에 오른 여권과는 정반대의 형국이었다.
여기에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모바일투표에 대한 이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 문재인 의원은 25일 ‘노무현 대통령 기념 학술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당원이 광범위하게 결합하는 ‘네트워크 정당’ 도입을 주장했다. 사실상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비대위 거절로 인해 공백이 생겨 불이 붙은 비노·중립 진영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아직 이에 대해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비노·중립 진영을 대표하는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러 채널을 통해 이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앞서 두 전직 공동대표를 염두에 두고 문희상 위원장에 비노·중립 진영 몫의 비대위원 자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비대위 내부에 있으면서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박지원 의원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문희상 위원장의 ‘모바일 투표 발언’을 두고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이런 시비가 시작되면 안 된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현재 야권의 형국을 두고 ‘누란지위’라 표현했다. 알을 쌓아 놓은 위태한 형상이란 뜻이다.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왠지 모를 기대감에 출범한 문희상 비대위지만, 그 파도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비대위 고사로 ‘한 수’를 접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다음 행보가 어찌 보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야권의 향방을 판가름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공법’이냐, ‘변칙수’냐. 이제 두 사람 머릿속에서 결정지을 사안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