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스트레스가 ‘유리심장’ 만든다
돌연사는 주로 심혈관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데,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요신문 DB
돌연사를 부르는 대표적인 심혈관질환에는 심근경색증, 심장기능상실(심부전)이 있다. 지난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다행히 빠른 대처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심근경색증은 심장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3개의 심장혈관(관상동맥)의 일부가 혈전증이나 혈관의 급격한 수축으로 인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한다.
혈관이 막히면 심장에 제대로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심장근육이 마비되고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또한 발병 시 초기 사망률이 30%에 달하고 환자의 절반 이상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만큼 조기발견과 빠른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심근경색증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라 사전에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심근경색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가슴의 통증이다. 비슷한 증상으로는 협심증이 있는데 이는 혈관이 완전히 막히지 않은 상태로 간헐적인 통증이 온다. 반면 급성심근경색증은 오랜 시간 통증이 지속되는 특징을 보인다. 때로는 구역질을 하거나 현기증을 일으키는데 숨을 쉬지 못하고 맥박이 약해지면서 의식을 잃게 된다.
때문에 평소에는 없던 간헐적인 흉통, 호흡곤란, 체한 것과 같은 가슴 답답함, 심한 피로감과 같은 전조증상이 느껴지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위험질환이 있을 경우엔 심장질환 발병을 높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흡연, 운동부족,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급성심근경색증이 찾아올 수 있으니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
심근경색증과 더불어 돌연사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진 심부전은 발병 연령대가 꾸준히 낮아져 30대 남성들도 위험군에 속하게 됐다. 심부전이란 전신에 혈류를 공급하는 심장의 펌프작용에 관련된 수축기 기능 또는 심장이 피를 받아들이는 이완기 기능의 장애로 원활한 전신 혈류공급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호흡곤란, 폐부종, 전신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2013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심부전으로 진료를 받은 30~40대 남성 환자가 매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심부전으로 9만 4000명이 진료 받은 것에 비해 지난해는 11만 5000명으로 증가했으며 총 진료비 역시 718억 원에서 963억 원으로 1.3배 늘어났다. 특히 남성 증가율은 7.1%로 여성 3%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80대 이상에서만 매년 0.5%씩 증가한 반면 남성은 40대에서 가장 크게 증가했고 그 뒤를 이어 30대에서 연평균 5.3% 늘었다. 사회활동에 한창인 30~40대 가장이 심부전으로 쓰러져 결국 사망하는 비극이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전동운 교수는 “심부전은 보통 30~40대에 최초 발생 후 10~20여 년이 경과하는 시점인 50대부터 많아지기 시작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중증 증상까지 나타난다. 특히 70대에서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며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심부전의 원인질환은 30~40대부터 남성에게 특히 발병하기 쉽다. 또 업무적인 스트레스나 높은 흡연율 등도 영향을 끼쳐 30~40대에서 해마다 진료인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나이인 30대까지 심부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지만 사전관리도 쉽지 않다. 심부전의 원인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장판막질환, 심근질환, 당뇨병, 갑상선질환, 대사질환 등으로 매우 다양해 어느 한 곳만 신경 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각 원인질환에 따른 예방과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심장기능상실을 방치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돌연사이기 때문에 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심혈관 질환 바로알기 60대부턴 여성이 더 위험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심혈관질환을 조심하라는 경고가 들려온다.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에 혈관이 수축되면서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 여름기온이 평균보다 1도 높아질 때마다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위험이 55%까지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심장에 부담을 주는 여름도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중년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심혈관질환이지만 여성들도 안심할 수 없다. 2012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40~50대에서는 남성이 높지만 60대를 넘어서면 오히려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 심혈관질환 환자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하는 남성의 유병률이 높은 반면 폐경기를 거친 60대 이후부터는 여성 환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폐경을 거치면 혈관 내 지질의 축적을 억제하고 혈관 탄력을 좋게 하는 여성호르몬이 감소돼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여성은 심혈관질환의 일반적인 증상과 달라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보통 심혈관질환은 갑작스런 압박감, 팽만감, 죄는 듯한 중심부의 흉통 등으로 나타나지만 여성은 흉통, 복통과 더불어 짧은 호흡, 피로감, 두통 등 비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는 자칫 갱년기 증상으로 오인하기 쉬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럴 경우 돌연사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