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30년 더 가면 ‘코리아는 없다’
특히 지난 1994년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35℃가 넘는 기온이 며칠씩 계속되면서 이로 인한 인명 피해도 많았다. 지난 2007년은 2005년에 이어 지구 역사상 두 번째로 더운 해였다고 한다. 당시 더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수는 수억 명에 달한다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얘기다.
한반도의 여름은 갈수록 길어지고 또 더워지고 있다. 20세기 들어서 서울의 연평균 기온이 3℃나 상승했다고 하니 94년의 폭염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게 뻔하다. 태풍은 잦아지고 더욱 강력해진다. 국지성 호우는 더욱 빈번해지고 강수량은 경이적이다.
이 모든 일들의 주된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해 지구가 더워지고 있고 한반도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조금 더운 여름을 보낸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구리는 천천히 데워지는 물속에 있으면 물이 뜨거워지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죽어간다. 지구 온난화는 죽음으로 가는 완행열차를 탄 것과 같다.
한반도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한 세대 후,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갈 때는 더욱 커져 있을 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30년 후 한반도에선 사계절이 사라진다. 국립기상연구소가 ‘제5차 기후변화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30년 후에는 여름이 10월까지 이어지고 부산과 강릉, 목포는 겨울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이는 1910년부터 지금까지의 기상관측 자료로 분석한 결과다. 결국 우리나라는 사계절 대신 이른 봄과 늦은 가을, 두 가지 계절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실로 지대하다. 낮과 밤의 온도차이가 심한 곳에서 잘 자라는 사과는 한반도에서 재배하기 힘든 과일이 된다. 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국민적인 나무인 소나무도 줄어들게 된다. 대신 물푸레나무, 보리수나무와 같은 활엽수림의 면적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대신 ‘남산 위의 저 보리수나무’라고 부를 판이다.
바다에서도 심각한 변화가 일어난다. 명태나 청어 대신 오징어가 잡히고 황태는 인공으로 말려야만 하며 남해안에서는 김을 양식하는 일이 힘들어진다. 가장 우려되는 일은 해수면의 상승이다.
해양수산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수면은 전 세계 해수면 상승률의 2배나 되는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해수부는 “2040년에는 해수면이 22㎝ 상승해 24.57㎢이 침수된다”며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서울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면적이 침수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2005년부터 발효되고 있는 ‘교토 의정서’는 이러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인들의 노력의 일환이다. 여기서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는데,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이 제한에서 자유로웠던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감축 의무를 갖게 된다. 2004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10위 국가인 탓이다.
그래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시급한 문제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이 되면 1ℓ당 120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는 만들 수 없게 된다. 그런데 한국산 자동차 중 이산화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는 기아 프라이드로 1ℓ당 121g이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조만간 자동차를 수출하기 어렵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환경 IMF’를 맞게 된다.
환경재단이 주축이 돼서 추진되고 있는 ‘기후변화센터’는 바로 이러한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이 센터의 창립 취지는 환경운동 단체를 포함해 기업,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구온난화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기후변화센터를 처음 제안한 환경재단 최열 대표는 “기후변화센터를 제안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지구온난화에 대해 모두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전무했다. 기후변화센터가 지금이라도 만들어져서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그마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미 언론계와 재계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설립제안자로 참여하고 있는 기후변화센터는 오는 2월 22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창립총회를 연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