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문’ 뚫으려면… 인턴 시장 두드려라
▲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입사원 모집에 인턴제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작년 9월 삼성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 ||
취업으로 가는 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인턴 채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취업에 앞서 근무 환경을 조망해볼 수 있고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 공개 채용 시 경쟁자들보다 합격에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일정 기간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턴 채용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인턴 모집도 공개 채용처럼 상·하반기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보통 5월에는 인문계열 전공자를, 11월에는 이공계열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다. 한양대 취업지원센터 김성수 과장은 “삼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입사원 모집에 인턴 채용을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 채용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턴 채용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학생은 공개 채용시 곧바로 임원 면접으로 넘어가므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학생들 사이에 인턴 채용이 취업으로 가는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인턴이 되기 위한 경쟁도 공개 채용 못지않게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인턴 채용을 진행한 주요 기업들의 평균 경쟁률은 66 대 1로 조사됐다. 1600명 채용에 7만 40명이 지원한 것. 그 중에는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넘는 기업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한국P&G의 경우 13명 정원에 3400명이 지원, 261 대 1로 하반기 인턴 채용기업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지난해 인턴제를 처음 진행한 KT&G도 정원 20명에 2680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134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KT&G 관계자는 “지원자의 95%가 어학연수 유학 등 해외 경험이 있고 타 기업 인턴 경험자들도 많았다”며 “신입사원 공채와 스펙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기업의 인턴 채용은 공채에 비해 작은 규모로 뽑기 때문에 그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인턴 희망자는 지원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취업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취업지원센터 김성수 과장도 “인턴 근무기간 중 평가가 나쁘면 공개 채용시 오히려 불합격 1순위에 놓일 수도 있다”며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직원보다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근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인턴 채용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인턴에 응시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정규직으로의 전환, 공개 채용 시 남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보다 쉽게 합격에 이르는 것이라고 할 때 인턴 합격 후에는 정규직 채용으로 이끌 수 있는 성공적인 활용법이 필요한 셈이다. 이럴 때 인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의 경험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이쯤 해서 인턴십을 통해 취업한 김운하(29) 조인상(28) 허미라(여·25) 씨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자.
LG전자 모바일 북미사업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운하 씨는 인턴활동을 거쳐 정직원으로 채용된, 흔히 말하는 ‘이상적인 케이스’이다. 평소 해외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해외로 영어 연수는 나가지 않았지만 영어 토론 동아리를 비롯해 영어 프레젠테이션 동아리, 영어 회화 동아리 등 다양한 영어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며 실력을 닦았다.
학교 게시판에서 LG전자 하계 인턴 공고를 발견한 그는 평소 꿈꿔왔던 해외마케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 망설임 없이 인턴채용에 지원했다. 학교 추천, 서류전형, 온라인 인·적성 검사에 이어 합숙면접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후 3.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해 상반기 인턴으로 채용됐다. 6주 후에는 20명의 인턴 중 50%에게만 주어지는 정직원의 기회를 거머쥐었다.
그는 특유의 밝은 성격과 인사성, 적극적인 태도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친화력 등을 성공비결로 꼽았다. 김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맞춤식 정보 수집을 하는 것이며 자신이 그 일을 얼마나 원하는지 꾸밈없는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성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조인상 씨는 학교에서 마련한 기업 설명회를 통해 평소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온 대신정보통신의 인턴에 지원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인턴 채용이 없는 상황이었다. 회사에 대한 비전과 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그를 눈여겨 본 인사 담당자가 특별히 채용한 것.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6개월의 인턴기간 동안 직원들의 평판이 좋았고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등이 높이 평가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조 씨는 “아무리 연봉이 높고 회사가 좋더라도 적성에 맞지 않으면 오래 일할 수 없다”며 “원하는 분야에 도전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간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한다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허미라 씨는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 공채 인턴십’에 도전, 1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그리고 20명 중 10명에게만 주어지는 정직원의 자리까지 당당히 차지했다. 허 씨는 “학교 취업정보센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인턴 기회를 찾은 점”과 “인턴기간 중 적극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매사에 임한 것”을 취업 성공비결로 꼽았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