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 위기의식 없어…현 비대위는 부족장들의 연합체”
사진=JTBC <썰전> 화면 캡처
이철희 소장은 지난 9월 29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와 개혁 과제’라는 주제의 새정치연합보좌진협의회 초청 강연에서 “오늘 뉴스를 보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대로는 차기 대선 100% 진다’는 말을 했던데, 잘못 읽은 줄 알았다. 김 대표 말과 달리 지금 이대로라면 다음 대선에서 야당이 100% 가까이 진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말하면 ‘무슨 소리냐, 여야 대선 후보 경쟁력이나 여론조사 지지율을 생각하면 이길 수 있다’고 반박할 지 모르겠다. 물론 요행히 이길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겨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새정치연합으로는 집권 1년도 버티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이 소장은 “현역 의원에게 위기의식이 안 보인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원 연합체나 다름없다. 국회의원들끼리 의사결정을 다 하고, 여기에 당원 목소리는 없다. 전 세계 어느 정당도 그러지 않는다”라며 “풀뿌리 조직도 다 망가졌다. 과거 지구당 시절과 지금의 당협협의회은 움직임 자체가 달랐다. 지금 당협은 정당의 공조직이라기보다 현역 의원 사조직처럼 기능한다. 아시다시피 지구당 없애는 일에 앞장섰던 게 민주당 인사들인데, 자업자득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소장은 지난 대선 패배와 관련해서도 “2012년 대선은 2002년 대선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창피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2002년의 성공과 2012년 실패의 결정적 차이는 후보의 차이였다. 2002년과 같이 운동권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려면 일단 후보가 튼튼해야 한다. 노무현 후보는 강한 후보였다. 지역구도 철폐를 위해 투신했고 대선 때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자신만의 아젠다를 갖고 진정성 있게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 대선 아젠다는 경제민주화와 복지였다. 운동이 아닌 정당 중심이 돼야 했었는데 정당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선택한 모델에 걸맞지 않은 선거 행태를 반복한 것이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제가 현역 의원들 만날 때마다 지금의 정치관계법과 노동관계법 개정해야 한국의 양당 체제 극복되고 진보 진영 살아난다고 조언하는데 안 먹힌다. 국회의원 기득권 지키려고 하니 쉽게 안 바꾼다”고 토로했다.
한 시간가량 쓴소리를 쏟아낸 이 소장은 향후 개혁 과제에 관해서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간단하다. 지금 하고 있는 걸 다 바꾸면 된다. 혁신하면 된다”면서 “지금 보면 비대위 구성부터가 부족장들의 연합체다. 물론 현 비대위 역할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내부동력이 안 보인다. 지금이라도 국회의원 전부 지역구로 내려보내서 서울 못 올라오게 해야 한다. 거기서 이틀이고 삼일이고 릴레이 토론을 열던지. 지금은 지도부만 다 쳐다보고 있다. 야당이 참 좋아하는 게 집단지도체제인데, 이거 재미 본 적 없다. 그다음으로 당내 민주화를 계속 강조하는데, 정당이 살아나는 게 먼저지. 당내 민주화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소장은 “매 선거가 보수 우위 구도임이 분명하지만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연령과 지역 구도로는 불리하지만 계층 문제로 들어가면 승산이 있다. 저소득층을 공략해 소득으로 갈라쳐야 한다. 저소득층이 고연령층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진 싸움이다. 야당이 졌다. 지금은 오히려 세제개편 같은 사회·경제 분야에서 쟁점을 만들고 치열하게 붙어야 하는데 이거 안 한다”라며 “지금 바깥에서는 ‘새로운 정당이 태동해야 한다,’ 안에 있는 여러분들은 못 느끼겠지만 그런 이야기가 많다”며 분당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이철희 소장은 지난 8월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바깥에서는 나를 친 민주당 인사로 보는데 지금은 비민주당, 반민주당 인사가 됐다”, “나의 절망은 민주당이 없어지지도 없앨 수도 없다는 것”이라는 등 독설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이 “이 소장, 어디 갔느냐. 왜 자기 할 말만 하고 보냈느냐”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