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역시 탕웨이를 만날 수 있었다. 남편인 김 감독의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애정이 남다른 배우이기도 하지만 올해 방문 목적은 따로 있다. 바로 그가 출연한 영화 <황금시대>가 제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자신의 영화를 들고 방문한 여배우인 만큼 탕웨이는 기자회견과 무대인사 등 <황금시대> 관련 행사에 참여해 영화팬들을 직접 만났다.
그렇지만 더욱 관심을 끈 행사는 부산 해운대에서 이뤄진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DGC) 학생들과의 만남이다. 탕웨이의 남편인 김태용 감독은 DGC 전임교수다. 결국 남편 제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었다. 10월 3일(금) 오후 6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부산 해운대에서 이뤄진 DGC 학생들과의 만남은 남편 제자들과의 만남이자 부부가 국내에서 함께 하는 첫 공식 행사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 :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DGC)
이렇게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장학습을 계기로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진 탕웨이의 DGC 학생들 대상 특강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DGC의 프로듀싱, 스크린라이팅, 연출 트랙 학생 50여명이 참석했으며 DGC 대학원장인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도 함께 했다.
이날 특강은 김 감독이 진행을 맡아 탕웨이의 필모그래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날 탕웨이는 대표작인 이안 감독의 <색,계>와 김태용 감독의 <만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황금시대>, 그리고 최근 마이클 만 감독과 작업한 <블랙햇> 등을 통해 정립해 온 영화 연기에 대한 생각, 자세,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가감 없이 펼쳐나갔다.
김 감독은 “연출자와 배우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지 많이들 궁금해 한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보려 한다. <만추>는 제외하려 한다”말로 웃음을 자아냈으며 탕웨이 역시 “결혼하고 이런 자리에 처음 나오게 되었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사진 제공 :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DGC)
‘좋은 연기, 자연스러운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김 감독의 질문에 탕웨이는 “나는 대학에서 연기가 아니라 연출을 전공했다. 그래서 연기를 깊게 배우진 않았지만 연극연출을 위해 캐릭터를 깊게 분석했던 것이 지금의 연기를 만들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극중의 인물이 되는 게 첫 번째다. 그 이후에는 자연스러움의 문제”라며 “나는 캐릭터에 몰입하는 시간이 느린 편이라 천천히 적응해가는 것이 좋다. 이안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이러한 것이 훈련이 되었다. 많은 훈련의 시간을 거치면서 극중의 캐릭터가 되어간다. 나에게는 없지만 캐릭터에는 있는 점들을 몸속에 쌓아서 습관처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탕웨이는 “나는 100% 감독에게 의존하는 편이다. 왜냐면 나는 중간이 없는 사람이다. 아예 감독에게 의존하거나 아니면 상의하여 모조리 정하고 들어가는 편이다. 감독이 거울이라 생각한다면 깨끗한 거울을 보면 오늘의 나의 상태를 알기 때문이다. 만약 거울이 뿌옇다면 그래도 거울이니까 내가 깨끗한지 아닌지 몰라도 믿고 간다”고 말하며 “나는 디테일한 감독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김태용 감독님, 이안 감독님”이라고 말해 학생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이 “탕웨이 씨가 평소에 우리 대학원 학생들과 작품에 대해 궁금함을 갖고 있었다”고 말하자 탕웨이는 “김 감독이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긴 말 안 하겠습니다. 모두 영화인끼리 모였으니 열심히 잘 합시다”라는 말과 함께 밝은 웃음으로 학생들을 격려했다.
부산 =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