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직접적인 원인은 달러화 강세다. 지난해부터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실업률이 6년 만에 최저인 5.9%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폈던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자 달러화가 급격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3개월 동안 달러화 가치가 다른 나라 주요 통화에 8.2%나 상승했다. 이렇게 되자 환차손을 우려하는 외국 자본이 서둘러 우리나라 증권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주식을 팔고 나간 외국 자본이 1조 5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증권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나 감소한 4조 1000억 원에 그치는 등 기업들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를 살리기 위해 무제한의 부양정책을 선언한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설비투자가 8월에 비해 10.6%나 감소했다. 재정지출 확대,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규제완화 등의 조치가 경제거품만 일으키고 가계와 정부를 빚더미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부정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증권시장 부양정책은 바람직한가. 한마디로 빠져나가는 외국 자본에 이익만 보태주는 우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증권 가격은 기업의 가치를 나타낸다. 최근 경제를 이끌던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곤두박질하고 고용을 창출하던 중소기업들이 빈사상태에 빠졌다. 이런 상태에서 인위적인 증권시장 부양정책은 주가를 들뜨게 하는 투기 활성화밖에 안 된다. 그러면 외국 자본은 뜻하지 않은 투기 이익을 대규모로 얻어 서둘러 나간다.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심각하다. 증권시장 부양과 경기활성화 정책을 동시에 실패하고 국가부채가 증가하여 경제의 부도 위험이 높아진다.
현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절실한 것은 일시적인 증시부양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기업의 활성화 대책이다.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개혁하고 규제를 개선하여 기업들의 창업과 투자가 활기를 띠게 해야 한다. 신산업 발굴도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치와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상승할 경우 달러강세는 오히려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빠져나가던 외국 자본은 방향을 바꾸어 다시 산업자본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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