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형사 13부(부장판사 이효두)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아무개 씨(31)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가 불량하고 범행 수단이 잔혹하다”며 “지속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 씨는 지난 7월 13일 오전 4시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전 여자친구 설 아무개 씨(26)의 집을 찾아가 열린 창문을 통해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불로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설 씨의 언니(29)가 숨지고, 설 씨가 전신 화상을 입었다. 또 옆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설 씨의 어머니가 화상을 입고 옆집 이웃도 찰과상을 입었다. 설 씨의 집은 불에 크게 타 376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정 씨는 헤어진 설 씨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다 설 씨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고 앙심을 품어 범행을 저질렀다. 정 씨는 신상정보가 남지 않도록 인근에 있는 셀프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2리터짜리 페트병에 담아 자신이 투숙하던 모텔의 담아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범행 당일 설 씨 방의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병의 윗부분을 칼로 잘라 한꺼번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
정 씨는 범행 후 도주했으나 동네 선배의 설득에 범행 하루만에 경찰을 찾아 자수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