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상장 논란·주가 하락에 IPO 추진 중단…모회사 직접 출자 등 투자 재원 마련 방안 주목

지난 8월 5일 솔리다임의 5조 원 규모 프리IPO 추진 보도가 나온 이후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 상장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상장 추진설이 불거진 지 79일 만에 관련 검토가 공식 중단됐다. SK하이닉스 측은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시점의 IPO 추진이 회사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법인이다. AI 데이터센터용 SSD 수요 증가에 발맞춰 미국 내 생산 시설 확대와 R&D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왔다.
이번 상장 추진 중단에는 중복 상장 논란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반발과 최근 이어진 주가 하락세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 전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9% 수준이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아래 손자회사가 별도 상장할 경우,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시장에서 할인 평가되거나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돼 왔다.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22일 정무위 종합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추진과 관련해 현행 중복 상장 가이드라인이 “해외 상장이든 국내 상장이든 적용된다”고 말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장 중단 결정을 계기로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IPO 검토 중단 공시가 반도체에 대한 투자심리 호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상장이 무산되면서 솔리다임이 앞으로 대규모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도 시선이 모인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10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약 100억 달러(약 13조 24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풍부한 현금 여력을 고려하면 모회사의 직접 출자만으로도 솔리다임 투자 재원 확보가 충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3일 논평에서 “국내 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132조 원, 내년 말 456조 원의 현금을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솔리다임 설비투자에 수십 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현금 여유가 있는 SK하이닉스가 AI컴퍼니를 통해 출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라며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 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