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왕 변호사 | ||
지난달 30일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고비처는 고위공직자들의 부패행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특별수사기구”라며 “검사의 기소독점주의 및 영장청구권을 인정함으로써 헌법과 형사소송법 체계의 기본틀을 유지하되 검찰의 불기소 처분시 고비처에 재정 신청권을 부여키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기소권 없는 고비처’로 정부안이 결정됐음을 밝혔다.
고비처의 신설 문제가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은 고비처 ‘처녀처장’을 누가 맡게 될 것인지, 누가 노 대통령의 의중을 알아서 고비처 설치를 지휘할 것인가 등에 모이고 있다. 이러한 관심의 중심에는 노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이자 검찰 수사기획관을 지낸 이종왕 변호사(56)가 있다.
최근 정가에서는 이 변호사가 고비처 설치와 관련, 노 대통령에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노 대통령과 비밀리에 독대를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한 청와대 관계자는 “확인된 바는 없지만 그런 얘기가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이 변호사가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고 있다’는 얘기는 검찰 주변에서는 더 이상 비밀 아닌 비밀이 되고 있다.
이 변호사를 잘 알고 있는 검찰관계자는 “아마도 노 대통령이 검찰출신에게서 고비처 설치문제와 관련 자문을 얻고자 했다면 분명 이 변호사를 찾았을 것이다. 개혁성이나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해 대통령과 상당히 코드가 맞는 인물이다”라고 말하고 “검찰내 ‘탈레반(원리주의자)’으로 불렸던 이 변호사라면 대통령에게 검찰측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고 검찰개혁에 대해 직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99년 옷로비 사건 당시 검찰 수사기획관으로 재직 중 검찰 지도부의 수사방향에 반대하며 사표를 던져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인물. 당시 이 변호사가 던진 “검찰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발언은 검찰 내외에서 큰 파장을 몰고 왔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을 떠난 이후 잠시 개인사무실을 운영해 오다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해 왔다. 김&장에서 일하던 지난해에는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SK측 변호인을 맡아 또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으며 올 초 대통령 탄핵당시에는 대통령측 변호인단으로 합류, 탄핵 기각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탄핵안이 기각된 5월12일 이후 돌연 출국한 이 변호사는 지난 6월 초 입국해 현재는 자택에서 칩거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변호사측 관계자는 “변호사님은 현재 변호사 사무실을 폐업한 상태며 앞으로 변호사 활동을 안 하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택에 계시면서 대외활동은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법조계, 정계에서는 신설되는 고비처와 관련 이 변호사와 함께 송종의 전 법제처장, 김성호 부방위 사무처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고비처의 신설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법조계와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
당장은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협의도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고비처에 대한 기소권 부여문제와 관련 “정부의 결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며 “고비처의 조직과 권한을 더 논의해 봐야한다”고 말해 정부안과 일정한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