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된 아이들 반성은 커녕… “완전범죄 아쉽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사건이 다뤄지기도 했다.
밝고 상냥했던 여자친구 박 씨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박 씨가 인터넷 사령카페에 심취하면서부터였다. 박 씨는 코스프레(게임이나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방하는 취미 문화)를 하며 친해진 이 아무개 군(당시 16세)과 이 군의 여자친구인 홍 아무개 양(당시 15세)을 사령카페로 초대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 군과 홍 양은 박 씨가 소개해준 사령카페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였던 남자친구 김 씨가 사령카페 문화와 스스로를 ‘악령계의 인증을 받은 진짜 마녀’라고 칭하는 여자친구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여자친구 박 씨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김 씨를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다. 채팅방도 김 씨를 제외하고 이 군과 홍 양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을 따로 만들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여자친구 박 씨를 설득하는 한편 사령카페를 ‘사령소굴’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여자친구 박 씨와 사령카페에서 활동하는 이 군에게 수차례 문자를 보내 경고를 하기도 했다.
사건당일이었던 2012년 4월 30일까지도 김 씨는 여자친구 박 씨를 사령카페에서 탈퇴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와는 별개로 온라인상의 설전으로 감정이 상한 이 군과는 직접 만나 화해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군의 생각은 달랐다. 이 군은 김 씨의 여자친구 박 씨의 부탁을 받고 김 씨를 살해할 무서운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온라인상에서 ‘해결사’ 혹은 ‘킬러’ 이미지로 활동하던 대학생 윤 아무개 씨(당시 18세)도 범행에 끌어들였다.
2012년 4월 30일 밤 8시 50분께 이 군은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공원으로 김 씨를 유인했다. 그리고 신촌역이 가까이 보이는 도심 한복판 주택가 인근에서 이 군은 여자친구 홍 양에게 망을 볼 것을 지시한 다음 윤 씨와 함께 김 씨의 머리와 목, 배 등 40여 군데를 흉기로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다.
김 씨가 죽기 직전 10대 아이들 세 명을 쫓아가는 모습이 포착된 CCTV 화면.
지난해 5월 대법원은 계획적인 살인인 점, 범행 후 완전범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변명으로 일관해 피해자 유족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점 등을 이유로 직접 살해에 가담한 이 군과 ‘온라인 해결사’ 윤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살해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범행현장을 지켜보며 망을 본 홍 양은 청소년인 점이 고려되어 단기 7년 장기 12년(소년범의 경우 단기와 장기형을 함께 선고함. 이 경우 수형자의 태도에 따라 7년과 12년 사이의 형을 살게 됨)이 선고됐다.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의 여자친구 박 씨도 7년형을 선고 받았다.
사망한 김 씨의 가족들은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가해자의 가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청구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고법 민사33부(이경춘 판사)는 주범 이 군과 윤 씨 등 가해자 4명과 그들의 부모 6명 등에게 “김 씨 부모에게 총 4억 4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위자료 1억 원, 생존했을 시 추정 소득 2억 6000만여 원, 장례비 500만 원 등 총 3억 4400만여 원으로 산정했다. 김 씨의 부모에 대해서도 각각 위자료 3000만 원 씩을 인정해 가해자들은 총 4억 400만여 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현재 홍 양과 사망한 김 씨의 여자친구 박 씨는 현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주범인 이 군과 윤 씨도 현재 안양교도소에 복역하며 죗값을 치르고 있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어린나이에 들어온 수감자들은 직업훈련이나 공부에 뜻을 보이는 수감자들도 있지만 이 군과 윤 씨는 아직 뜻을 보인 바 없다. 스스로 선택하도록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싸움 한번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