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YS 특실’에선…

병문안 김무성 대표에 “잘해래이~”

[일요신문]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18개월간 머문 서울대병원 본관 12층 병동은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눈과 귀가 모이는 곳이었다. 전직 대통령들 외에도 재판 중이거나 구속·형집행정지를 받은 그룹 총수들이 수시로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4개뿐인 VIP 병실에 YS와 함께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입원해 있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주 서울대병원을 찾는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빈 병실이 없어 암 병동으로 가야만 했다.

차남 김현철 교수(왼쪽)는 퇴원하기 직전 부친의 모습을 SNS에 올렸다.

본관 특실은 YS에게도 감회가 남다른 곳이다. 김현철 교수는 지난 3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참 의미가 있는 곳이다. 아버님이 1983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단식투쟁을 했을 당시 입원했던 방도 바로 이 곳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YS는 당시 전두환 정권에 맞서 5월 18일부터 단식을 시작, 일주일 만인 25일 심신이 쇠약해져 서울대학교 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YS 입원기간 동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명박 전 대통령,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 등이 병문안을 다녀갔다. 김무성 대표 역시 7월 전당대회 직후 YS를 찾았다. 이날 YS는 김 대표에게 “잘해래이~”라는 짧은 덕담을 건넸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직접 예방하지 않았고, 황우여 현 교육부 장관 역시 새누리당 대표 임기 동안 서울대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YS의 퇴원은 당초 올 3~4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식사조절 장애 등으로 계속 미뤄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갑작스런 퇴원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12일 김현철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을 통해서다. 이 때문에 일부 취재진들은 퇴원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찍기 위해 취재 경쟁에 나섰지만, YS 측은 이를 의식한 듯 16일 오전 이른 시각에 병원을 빠져나갔다. 

퇴원 이후 차남인 김현철 교수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저로 돌아오신 후 감회가 깊으신 듯 말씀을 잘 이어가지 못하셨다. 서재에 있는 사진과 그림, 김영삼도서관 조감도 등을 한참 바라보셨다. 당분간 사저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YS는 여전히 식사조절이 자유롭지 못해 유동식을 고수하고 통원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김임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