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에게 박지성의 향기가…
연합뉴스
지난 6월 결혼 후 더욱 의젓한 모습을 보이는 이청용은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기자와 만나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 철학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냈다.
“감독님과 며칠 동안 함께 훈련하면서 그 분의 축구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그라운드 안에서 공을 갖게 됐을 때, 그 공을 상대팀에 쉽게 내주지 말자는 것과 긴 패스보다는 짧은 패스를 통해 밑에서부터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하길 원한다.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이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청용은 브라질월드컵의 부진으로 인해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무릎 수술 이후 기량 발전이 없다며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러다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 무대였던 파라과이전에서 펄펄 날았다. 전반 45분 동안 한국의 공격은 이청용이 뛰던 오른쪽 측면에서 거의 이뤄졌다.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코스타리카를 이끈 완초페 감독대행이 경기 후 “한국 선수 중에 이청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할 만큼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청용은 “몸이 아직까지 100%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새로운 감독님이 오신 만큼 그 색깔에 맞는 경기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 다음 소집 때는 지금보다 한층 더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달고 뛴 기성용은 코스타리카전을 마치고 아주 의젓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내용도 주장다운 소감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확히 패스하는 걸 좋아하신다. 코스타리카전처럼 상대가 강하게 압박해 올 때 얼마나 정확한 패스를 통해 그 압박을 이겨나가느냐가 중요한데, 오늘은 실수가 아주 많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가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앞으로 아시안컵까지 두 차례의 평가전이 남았다. 우리한테는 그 경기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기성용에게 주장 완장의 무게감에 대해 물었다. 그는 “내가 팀을 집중력 있게 끌고 갔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다. 주장이라면 팀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쌍용’은 2010남아공월드컵 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단 이후 여러 차례 새로운 감독을 만났다. 허정무-조광래-최강희-홍명보, 그리고 지금의 슈틸리케 감독이다. 나이는 26세 젊은이들이지만, 대표팀 경력은 중고참급이다. 이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이전 박지성의 존재감에는 살짝 못 미치지만, ‘쌍용’이 대표팀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꽤 크다. 그래서인지 축구 담당 기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느 순간부터 ‘쌍용’한테서 박지성의 향기가 난다고.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