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주기 아니냐” VS “단순 채점 실수다”
▲ 지난 9월 17일 삼지전자 컨소시엄이 운영정보표시장치의 제조에 대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 ||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게임위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점수산정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위 측에서는 단순실수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특혜의혹은 이미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과 달리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차분한 분위기다. 특혜는커녕 오히려 운영정보표시장치 사업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산업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번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는 의혹 제기를 부추긴 브로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운영정보표시장치를 둘러싸고 일어난 특혜의혹과 그 막후를 파헤쳐 봤다.
게임위는 지난 5월 비경품용 성인 아케이드 게임기에 반드시 부착해야 하는 운영정보표시장치(일명 블랙박스)의 제조에 대한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 삼지전자 컨소시엄과 대원미디어 컨소시엄 그리고 손오공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심사결과 삼지전자 컨소시엄이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에 비해 총점에서 3점이 높아 우선순위 협상자로 선정되고차점자인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은 차선순위 협상자로 선정됐다. 게임위 측은 이 과정에서 심사가 매우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 결과 채점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이 한 항목에서 최하점인 12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9점을 받은 것이다. 고작 3점차로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이 탈락했기 때문에 충분히 의혹을 살 만한 대목이다. 최초 문제를 제기한 두 국회의원의 주장도 이와 같다. 그러나 게임위 측은 이러한 지적은 틀림이 없지만 단순한 채점 오류일 뿐 특혜는 아니라면서 대원미디어 컨소시엄을 차선순위협상자에서 공동순위협상자로 정정해 발표했다.
이번 운영정보표시장치 사업자 선정 실무를 총괄한 조동면 사후관리팀장은 “세 번이나 검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서는 게임위가 정말 미숙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총점이 1010점인데 고작 3점차로 조작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최고 점수 부여자와 최저 점수 부여자는 채점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산정했음에도 9점으로 잘못 점수를 준 심사위원의 채점이 빠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이런 과정이 항목별이 아닌 카테고리별로 점수를 합계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해당 심사위원이 채점한 해당 카테고리의 합계 점수는 최저 점수도 아니었고 삼지전자 컨소시엄 쪽보다 오히려 대원미디어 컨소시엄 쪽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게임위가 한국 어뮤즈먼트 산업협회(회장 홍일래, 이하 협회)의 숱한 건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수가 아닌 독점으로 사업자를 선정한 것은 결국 삼지전자 컨소시엄을 밀어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조동면 팀장은 이 사업 자체가 이득이 많이 남지 않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만약 현재 시장상황에서 복수로 사업자를 선정할 경우 두 업체 모두 적자가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업 자체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조 팀장은 말했다. 또한 만약 수요가 늘어날 경우 추가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복수사업자 선정을 주장한 협회 쪽도 동감하고 있다. 협회 실무를 맡고 있는 김상수 과장은 “보통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는 경품식으로 돼야 어느 정도 영업이 되는데, 비경품용 게임기의 경우 연간 수요는 기껏해야 3만 대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 역시 자리를 잡고 서비스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조 팀장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또한 그는 “원래 운영정보표시장치는 슬롯머신이나 릴게임이 산업으로 굳어진 일본이나 이탈리아를 벤치마킹한 제품으로, 비경품용이 아닌 경품용 아케이드 게임기에 도입하기 위해 2006년 처음 법제화된 것”이라며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경품용 아케이드 게임기 자체가 법적으로 심의를 받을 수 없게 되자 법이 바뀌어 비경품용 아케이드 게임기에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 장치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경품용 게임기의 심의 및 단속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일 뿐, 비경품용 게임기의 경우 상품 출납이 없기 때문에 굳이 이를 장착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운영정보표시장치 사업이 수익이 크지 않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 않다. 비록 현재는 비경품용에 한해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를 심의 후 설치할 수 있지만 향후 규제가 완화돼 경품용 게임기의 규제가 풀릴 경우 시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민 정서상 경품용 아케이드 게임기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풀릴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본다”며 “게다가 갈수록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아케이드 산업을 감안하면 수년간은 운영정보 표시장치의 수요는 오히려 현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특혜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근 게임위 측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게임위 한 관계자는 “최근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특혜 의혹 제기 뒤엔 브로커가 있었다”면서 “이 브로커가 사업자 선정 이후 모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목적은 물론 사업자를 재선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게임위 측은 이 브로커에 대해 업무 방해 등의 이유로 법적 조치까지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운영정보 표시장치 사업자 선정 특혜 논란은 애당초 잘못된 탁상 행정에서 일어난 규제로 인해 일어났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게임위는 비경품용 게임기에는 이러한 장치가 불필요함에도 법으로 규정된 것이라 사업자를 선정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협회 측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협회 측의 한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복수사업자 선정을 주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별 대단한 이권이 있을 수 없는 사업에 특혜 논란이 계속된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