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뽑았던 ‘칼’ 정명석 ‘방패’로
▲ 삼성특검으로 활약했던 조준웅 변호사가 성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명석 씨의 변호인단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조 변호사는 삼성비자금수사에 특검으로 임명된 후 무려 275일 동안 뉴스에 오르내리며 숨 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현재 항소심까지 진행된 삼성 비자금 사건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지만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돼 조 특검이 강력히 반발, 상고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 같은 범국민적 관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조 변호사가 지난 10월 7일부터 시작된 정 씨의 2심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급 변호사가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 등 거물급 인물의 변호를 맡는 것은 그동안에도 자주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상고심이 남아 있어 현재도 특별검사의 지위에 있는 조 변호사가 사회에 엄청난 물의를 일으키고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항소심 변호를 맡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정 씨의 변호인단에는 조 변호사 외에도 거물급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홍콩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한국 여신도 5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의 추적을 받아오던 정 씨는 지난해 5월 초 베이징에서 중국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아오다 우리 정부의 범죄인인도청구요청에 따라 지난 2월 국내로 송환됐다. 정 씨는 검찰에 의해 여신도 5명을 성폭행(강간치상)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법원은 이 가운데 3명의 여신도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 정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지난 8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배기열 부장판사)는 정 씨가 여신도 2명에게는 준강간죄를, 1명에게는 강간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선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1심 선고 후 정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고 10월 7일부터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정 씨에 대한 재판은 여지껏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일요신문> 837호 참조).
2심 재판을 앞둔 양 측은 ‘6년이라는 형량이 과연 적절한가’를 놓고 뜨거운 설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씨의 죄질에 비춰볼 때 6년형은 너무 가볍다’고 주장,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이고, 반면 정 씨 측 변호인단은 ‘1심 판결은 피해자들의 거짓증언과 음해로 인한 것’이라고 반격, 무죄를 주장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감형 쪽에 포인트를 맞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 씨 측 변호인단에는 조 변호사를 포함, 총 8명의 실력파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반 정명석’을 표방하는 일부 단체에서는 “정 씨가 ‘황제도피’에 이어 막강 드림팀으로 꾸려진 변호인들에 의해 ‘황제변호’까지 받게 됐다”며 비난하고 있다. 반면 정 씨 측에서는 “이번에는 반드시 총재님의 무죄가 입증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 ||
정 씨 측에서는 서울지검 등에서 오랜 검찰간부 생활을 한 바 있는 조 변호사가 이번 항소심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인물에 대한 변호를 맡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검찰 고위직에 몸담았던 인물이 스타급 변호사로 변신할 때는 도덕성 논란 또는 거액의 수임료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6년 제이유 주수도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가 거액의 수임료 문제 등이 불거지자 사퇴한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대표적인 예다.
정 씨 변호를 수임한 조 변호사 역시 적잖은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씨가 무려 10여 년 이상을 뉴스에 오르내리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정 씨가 1심에서 징역6년을 선고받았고 이에 따라 2심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는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 씨 측에서는 이 때문에 ‘특검 후유증’에서 미처 벗어나지도 못한 조 변호사를 다급히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우리 법인으로 사건 의뢰가 들어오면 법인 측에서 변호사를 지정하게 되는데 이번에 내가 정 씨 변호인으로 선임된 것도 그런 경우다. 삼성특검 수사도 끝났고 여유가 생겨서 본직인 변호사 일을 재개한 것뿐이다”며 “개인적인 친분이나 다른 배경으로 수임하게 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정 씨를 변호하게 된 부분에 대해서도 조 변호사는 “기소된 내용을 검토해본 결과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판단돼서 맡게 됐다”며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 ‘세광’소속인 노영록 변호사(사시 24회)도 정 씨의 막강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노 변호사는 삼성특검 수사 중간에 조 변호사에 의해 특별수사관으로 투입돼 활약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 조준웅 변호사로부터 삼성특검보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던 함귀용 변호사(23회)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함 변호사는 일찌감치 정 씨의 변호인단에 합류, 정 씨의 무죄를 변론한 바 있다.
또 다른 변호인인 고영주 변호사(18회)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공안통’ 검사로 대검공안기획관과 서울남부지검장을 역임한 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이진강 대한변협 회장으로부터 조준웅 변호사, 정홍원 변호사와 함께 삼성특검 후보로 추천받았을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유능한 스타급 법조인이다.
김재진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청주지법원장과 부산고법원장을 역임한 김 변호사는 2006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기도 한 법조계의 실력자다.
한 종교집단 내에서 절대적인 추앙을 받고 있는 정 씨. 그는 과연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성범죄자인가 아니면 변호인들의 주장대로 돈을 뜯어내려는 여신도들에게 잘못 걸려든 것인가. 희대의 성 스캔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정 씨 측의 막강한 변호인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