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덕수 전 회장에게 일부 유죄를 판단,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포스텍 법인자금 횡령 혐의와 계열사를 동원해 기업어음(CP) 매입이나 유상증자 등을 지시해 계열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에 대해서는 계열사가 채무상환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시기가 언제인지를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이 개인회사인 글로벌오션인베스트를 통한 STX 주식의 보유라는 사적인 용도로 포스텍 자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포스텍 고유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며 일부 유죄 판단했다.
이어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강 전 회장은 지원받는 계열사가 이미 채무상환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상환가능성이 거의 없어 손해발생이 명백히 예상됨에도 일방적으로 지원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대주주인 강 전 회장의 이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계열사 주주 및 채권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합리적 경영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횡령·배임 범행에 따른 피해금액을 679억여 원으로 봤다.
아울러 STX조선해양 허위 재무제표 작성에 따른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이자비용 이상의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지는 점을 걱정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이 처음 2조 3264억 원이라고 주장한 분식회계 규모에 대해서는 5841억 원으로 인정했다.
또한 STX중공업과 STX,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임원들에게 성과급과 직무수당을 초과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10억 4000만 원을 횡령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불법영득 의사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은 자본시장의 신뢰와 투명성을 저해하는 회계분식 방법을 동원해 금융기관에 큰 손해를 입히고, 횡령 및 배임행위로 계열회사에 거액의 피해를 입혔다”면서도 “1차적으로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이지, 강 전 회장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의도한 범죄행위는 아닌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이어 “강 전 회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개인재산을 출자하고 차입금에 대해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방식 등으로 거액의 손해를 변제하려 한 점, 강 전 회장으로부터 은혜를 입은 여러 사람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 전 회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에 따른 2843억 원 배임, 회사 자금 557억 원 횡령, STX조선해양의 2조 3264억 원 상당 분식회계 혐의,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한 9000억 원의 사기대출 및 1조 7500억 원 상당의 회사채 부정발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편 강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홍 아무개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에게는 재판부가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고, 변 아무개 전 STX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이 아무개 전 STX 경영기획본부장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어 김 아무개 전 STX조선해양 CFO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권 아무개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불구속 기소된 이희범 전 STX중공업·STX건설 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