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판사 양상익)은 김경준 씨가 정보공개 거부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김 씨는 BBK투자자문을 통한 주가조작과 투자금 횡령 혐의로 지난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과 벌금 100억 원을 선고받고 천안교도소에 수용됐다.
김 씨는 자신은 미국 국적이기 때문에 선고된 형 중 벌금형이 먼저 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수형자이송법에 따르면 징역과 벌금이 병과된 경우, 벌금을 내면 국외이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형사소송법의 경우 징역과 벌금을 선고받으면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법무부 장관의 허가에 따라 형집행 순서를 바꿀 수는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012년 4월 12일 김 씨에 대한 형집행 순서를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바꿔 그를 노역장에 유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6일 만에 다시 징역형을 먼저 집행하기로 했다.
김 씨는 이러한 처사에 반발해 검찰에 형집행순서 변경 업무처리지침 등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안전행정부 질의 결과 외국인은 국내에 일정한 주소를 두고 거주해야만 정보공개청구권을 가지는데, 교도소는 형집행 장소이지 주소라고 볼 수 없어 수감 중인 외국인은 정보공개청구권이 없다며 거부했다.
김 씨는 이런 조치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월 승소 판결을 확정받자 검찰의 위법한 법률해석으로 2년간 정보공개청구권을 박탈당한 것을 보상하라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수용자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국가권력에 의해 일정 교정시설에 강제수용돼 있는 것”이라며 “상당기간 교정시설에 수용된 외국인도 정보공개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씨에 대한 비공개 처분 전까지, 매년 외국인 수용자들이 10여 건 정도의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청구권이 없다며 비공개한 사례도 없었다”며 “안이한 법해석 등으로 정보공개청구권이 박탈당한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김경준 씨는 교도소 측의 과도한 접견제한과 서신검열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판사 주진암)은 “국가는 김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