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과 발맞추기 너무 과했나
지난 2014년 1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반 총장을 가리켜 이렇게 비난했다. 이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한때 ‘부시의 푸들’이라는 오명을 안았던 것에 빗대 반 총장의 친미 성향을 비꼰 것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부시 정부가 ‘조용한 반기문’을 좋아했던 이유가 바로 전임자였던 코피 아난 전 총장과 싸우는 데 지쳐있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이라크 전쟁은 불법”이라며 부시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던 카리스마 강했던 아난 전 총장과 달리 미국은 단조롭고 무미건조하며, 조용하고 순응적인 인물을 차기 총장감으로 원하고 있었고, 바로 이런 점에서 색깔 없는 반 총장이 제격이었다는 것이다. 코피 아난 전 총장에 대한 책을 집필한 제임스 트라우브는 “아난 전 총장의 위험한 카리스마로 입은 상처를 치유해줄 인물”이라고 반 총장을 묘사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서일까. 실제 반 총장은 지금까지 주요 사안에 대해 워싱턴에 이렇다 할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적이 거의 없었으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나라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영국의 BBC는 “역대 총장 가운데 가장 친미 성향이 강한 인물”이라고 반 총장을 평가하면서 “이는 아마도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식량지원을 받고 자랐던 기억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워싱턴포스트>의 유엔 통신원인 콜럼 린치는 “반 총장은 미국을 국제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긍정적인 강대국이라고 여기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이런 태도는 자칫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