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도전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행 내내 함께 했던 낡은 자동차 때문이다. ‘오토’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의 애마인 ‘메르세데스 벤츠 G’ 왜건은 그에게는 이미 가족과 다름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세계 여행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30년 동안 일했던 독일항공사 ‘루프트한자’에서 퇴직한 후 아내인 크리스틴을 만났던 홀토르프는 아내와 함께 18개월 동안 자동차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둘은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30년 가까이 계속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여행 준비는 먼저 ‘오토’의 뒷좌석을 개조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침대로 사용할 매트리스를 깔고 옷, 음식, 장비 등을 보관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10만㎞에 걸친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하면서 둘은 말라리아에 다섯 번이나 걸렸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행을 계속했으며, 급기야 아프리카를 넘어 남미, 북미, 아시아, 호주, 유럽 등 세계 여행을 이어 나갔다.
2010년 크리스틴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홀토르프는 아내의 사진을 룸미러에 매달고 계속 여행을 다녔으며, 최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대장정의 여행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215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을 많이 하면 할수록 얼마나 본 것이 없었는지를 깨닫게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하는 그는 이번 여행의 진정한 영웅은 자신이 아니라 ‘오토’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나보다는 ‘오토’를 기억했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대로 ‘오토’는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벤츠 박물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