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동국이 편애? MK는 승합차 선물”
K리그 정상에 오른 전북 현대 선수들. 사진제공=전북 현대
정규리그를 마치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최종 우승팀을 가르는 프로야구, 프로농구와는 달리 K리그 클래식은 33라운드의 성적을 바탕으로 6개팀씩 상하위 그룹을 나누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로 인해 상위 A그룹에서는 올 시즌 우승팀과 3위까지 주어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향한 싸움이, 하위 B그룹에서는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지 않으려는 전쟁이 펼쳐진다.
일찌감치 우승이 확정적이었던 전북 현대를 제외한 상위 A그룹 5팀(수원 삼삼성,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은 전북의 우승을 늦추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 2일 FC서울은 전북을 홈으로 불러들여 ‘침대축구’를 능가하는 수비 축구를 앞세우다가 전북에 뒤통수를 맞았다. ‘닥공’을 대표하는 전북이 수비 축구로 맞불을 놓는 바람에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 놓고 결승골을 헌납했던 것. 최강희 감독은 상대팀의 이런 전략을 미리 간파하고 자신은 스리백도, 포백도 아닌 ‘텐백’을 쓰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렇듯 축구대표팀 감독에서 ‘봉동이장’으로 돌아간 최 감독의 올시즌은 다양한 사연과 화제들로 넘쳐난다. 우승을 앞둔 최 감독은 올 시즌 동고동락한 선수들 중 베테랑 3명의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했다.
#“짐 편히 내려놓고 가라”
7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소년 같은 미소의 주인공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전북현대와 상주상무의 경기가 그의 은퇴 경기로 펼쳐졌다. 1997년 프로에 데뷔해 대전시티즌에서 15시즌, 전북현대에서 3시즌을 뛰면서 개인통산 532번째 경기로 그의 선수생활은 막을 내렸다. 골키퍼 최은성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최은성의 은퇴는 자신이 권유했다고 말한다.
“지난 5월경에 은성이를 불러서 은퇴 얘기를 꺼냈었다. ‘네 어깨에 놓인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가자’라고. 은성이가 힘들어 하고 있는 걸 알았고, 이제 그 친구가 선수보다는 지도자로 가는 게 낫다는 생각에 은퇴를 권유한 것이다. 다행히 은성이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7월 20일 상주 상무전을 D데이로 잡고 의미 있는 은퇴식을 마련해줬다. 나중에 은성이 인터뷰를 보니까 공이 무섭고 두려웠다고 하더라. 지난해부터 플레잉 코치로 뛰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부담도 됐고, 자신의 순발력이 권순태에 비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느낀 모양이다. 그래도 내 의도와 생각을 오해 없이 받아준 은성이가 무척 고마웠다.”
#‘뜬금포’ 김남일의 공격 본능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 현대
김남일은 시즌 도중 은퇴를 결심했었다. 그러다 최 감독의 강한 만류에 주저앉고 말았다. 은퇴를 접은 것과 동시에 김남일은 전북이 우승으로 가는 7부 능선과 9부 능선을 넘어서는 데 결정적인 골을 터트렸다. 올 시즌 17경기에 출전, 2골이 나온 것.
“남일이는 상남자다. 시즌 마칠 때까지 은퇴란 단어를 끄집어내지 않아도 됐지만, 그는 연봉만 축내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걸 견디지 못했다.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붙잡았다. 전지훈련 때 부상당한 몸이 제대로 회복된다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무엇보다 돌고 돌아 전북 현대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데, 그 마지막을 쓸쓸히 마무리하게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점은 찍고 그만두게 할 생각이었다. 그걸 남일이가 경기를 통해 보여줬다. 진짜 기쁘더라.”
#고맙고도 미안한 이동국
지난 10월 22일 성남과의 FA컵 4강전에서 120분을 뛴 이동국은 4일 뒤 열린 수원전에서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면서 시즌 아웃이 됐다. 최 감독은 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팀 사정보다는 선수의 몸 상태를 배려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나이가 있는 선수는 날씨가 추워질 때 부상 위험이 있다. 그때 뛰지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선수가 고집 부리는 걸 못 이기는 척 하고 내보냈다가 악재를 만났다. 동국이는 인터뷰 때마다 나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데, 진심으로 고마운 사람은 바로 나다. 그 친구도 제대로 된 팀을 만나지 못하고 몇 년 동안 고생하다가 마지막으로 나와 손을 잡았다. 나로선 동국이 같은 베테랑이 존재했기 때문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었다. 나야말로 선수 복이 많은 사람이다.”
최 감독은 자신보다 이동국에 대해 더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바로 전북 현대 구단주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다. 최 감독에 의하면 정 회장이 팀을 위한 이동국의 열정과 헌신에 깊이 감동한 나머지 최 감독과 이동국을 따로 불러 식사를 대접했고, 그 자리에서 이동국에게 대형 승합차를 선물했다는 것. 승합차 선물은 다섯 아이를 둔 가장 이동국을 배려한 선물이었다.
“동국이가 굉장히 고마워했다. 아니 내가 더 고마웠다. 팀 공헌도가 제일 높은 선수를 위해 배려 넘치는 선물을 준비한 구단주의 생각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올 시즌 우승은 나보다는 선수들, 구단관계자들, 그리고 팬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난 그저 밥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