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별개로 전방위 압박 ‘법꾸라지 제대로 털어보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 공동취재단.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검찰 특수본이 우 전 수석에 대해 ‘봐주기’ 처분을 내리자 올 초부터 우 전 수석 일가의 탈세 관련 의혹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횡령 및 직권남용 의혹을 살폈으나 ‘외부 상황’ 등을 이유로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찰과 별개로 국세청이 (올해부터) 우병우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임환수 국세청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 전 수석의 탈세 의혹에 대해 “혐의가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전 수석 일가가 받고 있는 탈세 의혹은 알려진 것만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 전 수석 아내 이 씨와 그 자매들이 경기도 화성 땅을 차명 보유하면서 상속세를 회피했다는 의혹이다. 이 씨 등은 화성 땅 차명 소유주로 지목된 또 다른 이 아무개 씨에게 땅을 넘기고, 이를 분할 매입하는 수법으로 상속세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화성 땅은 우 전 수석 장인인 고(故) 이상달 삼남개발 회장이 운영하던 경기 기흥컨트리클럽 인근에 위치해 있다.
둘째, 우 전 수석 처가 소유의 서류상 회사인 SDNJ홀딩스를 통한 수십억 원대 배당소득세 탈루 의혹이다. 우 전 수석 장모 김 아무개 씨(현 삼남개발 회장)와 네 자매는 2008년 이 회장에게 상속받은 삼남개발 지분을 ‘페이퍼컴퍼니’인 SDNJ에 넘긴다. SDNJ는 삼남개발 지분 취득 금액으로 약 600억 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를 모두 ‘외상’ 처리한 뒤 삼남개발 지분의 배당금을 받아 변제했다. 이 같은 거래로 김 씨 등이 지불했어야 할 배당소득세는 법인소득세로 바뀌었고, 세율도 20% 이상 감소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마지막으로 우 전 수석 가족회사인 정강을 통한 탈세 의혹이다. 우 전 수석과 아내 이 씨 등은 정강의 돈을 빼내 개인 차량 리스비 등으로 수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검찰은 2014년 5월 이후 정강으로 수억 원을 입금한 투자자문업체 M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는데 관련 뭉칫돈이 우 전 수석 ‘개인 돈’일 가능성도 있어 추가적인 탈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 안팎에선 논란이 된 넥슨코리아 강남 땅 매각 과정, 또 다른 가족회사인 D사의 부동산 거래 과정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나온 은닉재산 의혹, 변호사 재임 시절(2013년 5월~2014년 5월) 받은 수십억 원대 수임료와 관련해서도 검찰과 공조 하에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거액의 사건 수임료를 수표로 받았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들어간 직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돌려주려 했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정인에 대해 국세청과 검찰이 동시에 조사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검찰과 국세청, 경찰 등 권력기관은 동일 사건에 대해 어느 한 기관이 조사하고 있을 때 중복 조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건 처리를 놓고 각 권력기관이 정권 교체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세청의 관심은 탈세에 있고, 나머지 부분은 검찰이 맡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무소불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무원 찍어내기 의혹…‘최순실 국정 농단 힘의 원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시하고, 공직사회의 동향을 파악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돕는 역할을 한다.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이 생산한 고급 정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코드’에 맞지 않는 공무원을 찍어내고, 정권에 불리한 보고를 은폐하는 역할을 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A 씨로부터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소속 직원들이 자신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폭언을 퍼붓고 신발과 양말을 벗도록 하는 등 강압 조사를 벌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 안팎에선 A 씨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 처리 소홀 등의 이유로 내부 감찰을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특검이 지목한 민정수석실 소속 직원 B 씨와 C 씨는 모두 검찰 파견 인사인 것으로 확인된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TK(대구·경북) 출신이며,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라고 말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조만간 이들을 불러 강압 조사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감찰반은 외교부 소속 공무원에 대한 표적 감찰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팩트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초 A 씨가 비위 행위로 국무총리실의 조사를 받았고, B 씨와 C 씨는 따로 ‘윗선’의 지시를 받고 시킨 대로 감찰을 한 것이 와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은 앞서 문체부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반대한 감사원 인사에도 강도 높은 감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2013년 D 씨는 최순실의 측근인 김종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감사 청탁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 같은 해 민정수석실로부터 감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D 씨는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반면 김 전 차관은 개인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았지만 민정수석실이 이를 무마하면서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 차관직을 유지했다. 관련 의혹을 특검으로부터 넘겨 받은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차관 등을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