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 승부수 통해, 5월 유료화 이후가 관건…가치 상승 시 웨이브와 통합에도 영향 전망
지난해 1420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티빙은 올해는 적자 폭을 1200억 원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만큼 프로야구에 거는 기대가 크다. 티빙은 야구 시간대 광고주들에 과거 네이버 중계 때보다 비싼 광고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6월부터는 기존 요금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의 가격을 각각 7900원에서 9500원, 1만 900원에서 1만 3500원, 1만 3900원에서 1만 7900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티빙이 올해는 모회사 CJ ENM의 효자가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
티빙은 기존 이용자층이 2030 여성인데, 프로야구 중계로 3040 남성 등을 확보해 고객 다변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 곧 죽습니다’ ‘환승연애3’ ‘LTNS’ 등의 콘텐츠가 연이어 ‘대박’이 터지면서 올해는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한 해를 시작했다.
티빙 유료 이용자는 현재 400만 명 초반대다. 그리고 올해 520만 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550만 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만약 100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한다면, 가장 저렴한 광고 요금제 고객이 전부라고 해도 660억 원의 요금 수익을 얻는다. 3년 중계권료를 감안하면 연간 200억 원 이상의 초과이익이 가능한 것이다.
티빙은 아직은 프로야구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해놨다. 하지만 5월부터는 최소 광고요금제에 가입해야 시청 가능해진다. 티빙 입장에서 고무적인 것은 벌써부터 광고요금제 가입 고객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3월 초 출시한 광고요금제 가입자 수는 20만 명으로 추정된다. 100만 명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던 경쟁사들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네이버가 2006년부터 17년간 무료로 중계해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초반 유료 가입자가 좀 나온다고 해도,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사모펀드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PE)로부터 기업가치 3300억 원을 인정받고 투자를 유치했던 스포티비가 이에 해당한다. 스포티비는 프리미어리그 2021~2022시즌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는 손흥민이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자 2022~2023시즌에 전면 유료화를 도입했다. 그런데 2022년 8월 60만 명대였던 이용자 수가 12월엔 오히려 33만 명까지 감소했다(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 손흥민의 성적 부진 등도 영향이 있겠지만, 주이용층인 3040 남성이 OTT 서비스에는 지갑을 잘 열지 않음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미어리그 유료화로 인해 대폭 늘어난 것이 불법 OTT들이다. 불법 도박과 연계된 이 OTT들은 가입은커녕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시청이 가능하게끔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한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프로야구 유료화를 앞두고 지난 2월께 가장 큰 불법 OTT업체들끼리 디도스 공격을 벌이는 일이 있었다”면서 “돈이 되는 것인지, 유사 업체가 계속 나오고 있어 티빙 입장에서는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료가 그대로 순이익에 합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계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티빙은 시즌 초반 프로야구 중계 실수가 잇따를 때 야구 콘텐츠 편집 및 제작을 담당하던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적는다거나 하는 단순 실수가 반복되자 내린 결정이었다. 계열사 관계이기 때문에 계약 파기로 인한 소송전은 벌이지 않겠지만, 네이버 야구 중계에 참여했던 앵커와 새롭게 계약을 맺은 만큼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야구가 10월이면 폐막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이용료 수입을 위해선 또 다른 스포츠 콘텐츠가 필요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프로야구만 덜렁 중계하면 시즌이 끝난 후 모두 티빙 구독을 취소할 것이란 지적이다. 쿠팡플레이만 해도 프로축구 K리그 외에 NHL(미국 하키 리그), NFL(미국 미식축구 리그), F1(포뮬러 원) 등을 따내면서 고정 고객층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티빙 입장에서는 지금이 제일 달콤한 수확철일 뿐이고, 곧 다시 씨를 뿌려야 한다는 얘기다.
#자취 감춘 티빙 필패론
어쨌든 티빙의 선택은 일단 통했다. 최소한 자본시장에서는 티빙 필패론이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티빙이 외부 자금 유치에 나선다고 해도 긍정적으로 임할 투자사들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티빙은 현재 웨이브와 합병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합병설이 나올 때만 해도 티빙과 웨이브가 비슷한 위치에서 합병비율을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지금은 티빙의 가치가 훨씬 올라갔기 때문에 만약 합병이 진행된다면 티빙이 웨이브를 흡수합병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사와 계약을 맺어 지상파 콘텐츠를 노출하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고 있는데, 지상파와의 계약이 오는 8월 종료된다. 연장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지상파 콘텐츠의 경쟁력을 두고 양측 눈높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진통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티빙 사정에 정통한 자본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웨이브가 절대적인 을(乙)의 위치에 서지 않는 이상, 합병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가뜩이나 ‘시어머니’가 많다. 웨이브는 SK스퀘어(40.5%)가 최대주주지만 KBS(20.24%), MBC(20.24%), SBS(20.24%)도 발언권이 있다. 만약 콘텐츠 공급 계약이 연장된다면, 지상파들은 그만큼의 대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웨이브는 또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 프라이빗에쿼티가 2000억 원 규모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SK그룹은 웨이브에 미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단순 투자자들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예단하기 어렵다.
티빙 또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CJ ENM이 48.9%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KT스튜디오지니(13.54%), SLL중앙(12.75%), 네이버(10.66%) 등이 주주로 있다. 양사 사정에 정통한 다수의 관계자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합병 논의가 깨질 확률이 아무래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티빙과 웨이브는 2020년에도 합병설이 나왔으나 흐지부지된 바 있다.
민영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