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신동주 ‘롯데 형제의난’ 혈투 재연 불가피···최순실·이재용 삼성 재판 등 여부도 변수
[일요신문] 박영수 특검의 입으로 불리던 이규철 변호사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변호인에 선임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반격을 준비하던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선 대역전 시나리오를 기대할 만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의 부대변인이었던 홍정석 변호사도 합류해 신동빈 회장에겐 특검수사의 연장선만큼 부담을 줄 전망이다.
이규철 변호사=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특검보 이규철 변호사
이규철 변호사는 지난 2일 선임계를 제출한 뒤, 5일 서울중앙지법 312호 법정에서 심리가 진행되는 신 전 부회장의 ‘부당급여 지급 사건’(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13차 공판부터 출석해 변론한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을 391억 원의 공짜 급여를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했다.
이 변호사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변론을 맡기로 결정했다”며, 신 전 부회장의 변론 배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검 출신 이규철 변호사의 합류는 신동빈 회장을 조사했던 특검 측의 자료를 근거로 신 회장을 특검 수사선상의 연장으로 부담을 주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한, 특검이 구속기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함께 롯데경영승계 과정이 재조명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롯데쇼핑의 본질가치를 부풀렸다”며,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에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법원에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 의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롯데그룹은 지난 4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이를 합병하는 방식의 분할합병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롯데그룹 측에 의하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분할합병 비율은 1 : 1.1844385 : 8.3511989 : 1.7370290이다. 이러한 분할합병 비율의 근거가 되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합병가액은 각각 7만8070원, 86만4374원, 184만2221원, 78만1717원으로 산정됐다.
신동주 회장 측은 롯데쇼핑이 매수예정가격을 23만1404원으로 공시했는데, 롯데쇼핑의 본질가치인 86만4374원의 약 27% 수준으로 롯데쇼핑의 공시 전일 주가 25만1000원과 비슷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3개사의 주식매수청구권 매수예정가격은 롯데제과 20만4062원, 롯데칠성음료 151만1869원, 롯데푸드 63만3128원으로, 각 회사의 지난달 25일 기준 종가(롯데제과 21만5000원, 롯데칠성음료 161만1000원, 롯데푸드 66만5000원)보다 약간 낮다는 것.
신 전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은 투자사업부문이 86만4374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로부터는 25%가 조금 넘는 가격인 23만1404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달 이러한 롯데쇼핑 합병가액 문제점을 검토하기 위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4개사에 합병가액 산정에 관한 평가보고서 등 회계장부 및 관련 서류 제공을 요청했지만 롯데그룹으로부터 아무런 자료도 받지 못했다”며, 법원에 신청한 주주총회 의결 금지 가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분할 및 합병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중 롯데쇼핑의 합병가액이 과대 평가돼 다른 회사 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으로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내세워 정확한 검증 없이 지주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모습
특히,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이 13.46%로 4개사 중 가장 많다는 점을 롯데쇼핑의 주가 고평가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합병가액 불공정성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최순실 게이트에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이 일부 주주들에게 불리하지만, 제일모직 지분율이 높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남매의 이익 확대를 통한 그룹 승계 발판 마련을 위해 추진됐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ISS 등 국제자문기구와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 등 전문가들의 반대 속에 추진돼 특검의 조사 대상이 됐다.
이번에 특검 출신의 이규철 변호사와 홍정석 변호사가 신 전 부회장 측에 합류한 점도 이를 더 부각시킬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결국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간의 끝날 것 같던 경영승계 혈투가 재연될 전망이다. 한국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 지분 1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롯데홀딩스가 아직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재용 체제의 삼성그룹 역시 대안론 등이 끊임없이 부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경영권 분쟁의 향방도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