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6일 구속만기 앞두고 기대…인테리어 관련해 여러 부탁도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몇몇 국정농단 관련자의 경우 특검이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검 또는 재판부가 영장을 추가로 발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집 전경. 임준선 기자
박 전 대통령 측은 수사가 이미 끝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남은 재판은 불구속이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박 전 대통령도 출소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공정재판을 위한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최근 자택에 자신이 좋아하는 능소화와 배롱나무를 심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새로 이사한 자택 인테리어와 관련해 여러 부탁을 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출소를 대비한 행보로 읽힌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사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4월 삼성동 집을 67억 원가량에 팔고 내곡동으로 이사했다. 이 과정에서 약 40억 원가량의 차익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사 당시 구속 상태라 새 자택을 직접 보지 못했다.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구속만기 출소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묵시적 청탁이라는 논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자 박 전 대통령이 굉장히 놀랐다고 하더라. 변호인단이 정치적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미리 설명을 해드렸다. 이야기를 듣고 별다른 말씀이나 반응은 없었다. 박 전 대통령 스타일이 그런 말씀을 드려도 표정에 잘 나타나지가 않아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약간 각오는 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구속기한이 연장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이 심리적으로 무너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앞서 <일요신문>은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혼잣말을 하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지원단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건강이 다소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력은 굉장히 강하다. 현재 담담하고 평온한 상태”라며 “책도 많이 읽고 있다. 요즘에는 국제정치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죄가 없는데 자신을 처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재판에 최대한 성실하게 임하고 싶어 한다. 변호인단이 기각되더라도 보석 신청을 해보자고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거부했다. 끝까지 해보자고 했다더라. 정유라 승마지원 등 박 전 대통령 본인은 모르는 일이 많았는데 재판을 하면서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구속기한이 연장될 경우 총사퇴를 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음에도 구속을 연장시킨다면 공정한 재판부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재판에 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총사퇴를 안 하더라도 변호인단 중 일부 변호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재판부에 항의하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부탁 이후 인테리어 등에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택을 직접 찾아가봤다. 자택은 삼성동 자택과 마찬가지로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의 단독주택이다. 고급스러운 외관이지만 서울에서도 비교적 한적한 동네라 오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만큼 조용했다. 나무를 새로 심거나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면 주변에서 바로 알 수 있는 환경이었다.
사저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은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자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근무하는 동안 나무를 심는다든지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든지 하는 큰 움직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자택 관리는 누가 하느냐는 질문에는 “관리하시는 분이 있긴 있는데 어떤 분인지 대통령과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가족들도 구속만기 출소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풀려났다가 유죄가 선고돼 다시 구속되더라도 일단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박지만 EG 회장과 박근령 전 이사장의 관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우 돈독해졌다. 박 전 대통령 일과 관련해 꾸준히 소통하면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돕고 싶은데 박 전 대통령 측에서 거부하니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후 면회를 가려고 했더니 변호사를 제외한 모든 지인 등록을 거부했다. 그 상황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재판 방청도 마찬가지다. 방청석에 가족석이 따로 있는데 알아보니까 가족이라고 무조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변호사를 통해 등록을 해야 하더라. 그런데 이것도 안 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가족과의 만남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지만 지금은 최대한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선고일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한애국당은 구속기한이 연장될 경우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정미홍 대한애국당 사무총장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짜놓은 것은 아니지만 구속기한이 연장된다면 당연히 모든 당원들이 참여해 항의집회를 열 것”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구치소 생활을 계속할 경우 심각할 수 있다는 의사 소견을 특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필요하게 구속기한을 연장시킨다면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정 사무총장은 “구속만기 출소와 관련해 아직까진 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어떤 요구사항도 없었다. 그쪽에서도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도태우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구속만기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언론과 개별적으로 접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