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으로 2016년 5월 MP그룹 본사에서 대국민사과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힌 정우현 MP그룹 회장. 사진=이종현 기자
30일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23일 재판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우현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국내에 손꼽히는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정우현 전 회장이 법률과 윤리를 준수하며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며 “이번 사건으로 MP그룹의 주주는 물론 가맹점주에게까지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건 가맹점주를 상대로 한 ‘갑질’ 관련 주요 혐의들이 예상을 깨고 모두 무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정우현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중간업체로 끼워 넣는 일명 ‘치즈 통행세’ 방식으로 57억 원의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동생으로 하여금 부당이익을 취하게 해 치즈 가격을 부풀렸다고 보기 어렵고, 공급 가격이 정상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 2월부터 1년간 가맹점을 탈퇴한 업자들이 치즈를 구입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인근에 직영점을 개설해 저가공세로 ‘보복출점’을 감행한 혐의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이 폐점하면 해당상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근에 새로운 가맹점이나 직영점 출점을 검토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가맹계약이나 상거래 관습에 의해 허용되지 않는 행위는 아니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피해액 상당 부분이 회복됐고, 6개월간의 구금으로 범행을 반성할 기회를 가졌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딸과 사촌형제, 사돈 등 친인척을 MP그룹 직원으로 허위 취업시켜 29억 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한 혐의와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 5억 7000만 원 상당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 정 전 회장이 차명으로 운영하는 가맹점은 로열티 7억 6000만 원을 면제하고 이 가맹점에 파견된 본사직원들에 대한 급여 14억 원을 미청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64억 6000만 원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2심에서는 무죄 판단된 ‘갑질’ 관련 혐의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