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사형집행 없어 예상...아빠 범죄 도운 딸 장기 6년·단기 4년형 확정
‘어금니 아빠’ 이영학 무기징역 확정. 연합뉴스.
[일요신문]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36)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영학이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가 우발적인 살인으로 결론 났다. 이에 1심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확정됐다. 이영학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지만 항소심과 정부의 사형제 반대 기류여파로 사형을 면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9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딸(15)은 지난 2일 대법원에서 1·2심이 선고한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확정받았다. 미성년자는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할 경우 단기형 복역으로 형 집행을 끝낼 수 있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딸 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 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피해자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승용차에 싣고 강원도 야산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이밖에 이영학은 아내를 성매매 하도록 알선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했으며, 자신의 계부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하기도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았다. 아내와 계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심은 사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살인이 다소 우발적이었고, 범행 직전 그의 정신상태가 불안했으며, 재범 우려가 매우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영학 무기징역 확정을 두고 사형제에 대한 찬반논란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심 사형 선고에도 무기징역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영학이 항소심을 하고, 정부의 사형제 반대 기류가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이영학에게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더욱 잔인하고 변태적인 범행을 저지르기 충분해 보인다. 가석방이나 사면을 제외한 절대적 종신형이 없는 상태에서 무기징역은 사형을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사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사형 확정은 2014년 6월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 난사로 동료 5명을 살해한 임 아무개 병장(2016년 2월 19일 대법원) 뿐이다.
사회적 논란이 됐던 2012년 수원 토막살인 사건을 저지른 오원춘도 1심에서는 사형이 선고됐지만,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무엇보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20년 동안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사형제는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할 제도로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현 정부에서조차 사형제 반대 기류가 큰 것도 이영학의 사형 감형을 예상케했다는 분석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