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계 일각 “조재범 논란은 빙산의 일각, 더 큰 시스템적 문제 짚으려면 ‘한국체대 카르텔’ 살펴봐야”
‘조재범 전임자’로 알려진 쇼트트랙 코치 B 씨가 목동 빙상장에서 개인 강습을 시작했다. B 씨는 2014년 ‘성추행 의혹’에 휩싸여 스포츠공정위로부터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전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코치 B 씨가 2018년 12월 26일 목동빙상장에서 개인 강습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전임자다. B 씨는 2014년 초 ‘성추행 의혹’과 ‘불법 스포츠 도박’ 논란의 중심에 서며 대표팀 코치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대표팀 코치직에서 물러난 B 씨는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B 씨의 징계는 2017년 ‘자격정지 3년’으로 감경 조치됐다.
빙상계 복수 관계자는 “B 씨의 징계가 아무도 모르게 감경된 이면엔 ‘빙상 대부’라 불리던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빙상계에서 B 씨는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의 심복’을 논할 때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사다. B 씨는 2018년 말까지 한국체대 실내빙상장 개인 강사로 활동하며 전명규 교수의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문체부·대한체육회 빙상연맹 특별감사’와 ‘교육부 한국체대 특별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B 씨의 입지가 흔들렸다.
빙상 관계자 A 씨는 “‘특정인의 한국체대 실내빙상장 사유화 논란’이 공론화되면서 B 씨의 입지가 흔들렸다. 결국 B 씨는 한국체대 실내빙상장을 떠나 다른 빙상장에서 개인 강습을 이어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B 씨의 근황을 전했다.
A 씨는 “결국 B 씨는 목동빙상장에 새 둥지를 틀었다. B 씨가 목동빙상장에서 개인 강습을 시작한 건 2018년 12월 26일이다. B 씨는 목동빙상장 측으로부터 대관을 인가받고 개인 강습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B 씨가 목동빙상장에서 개인 강습을 시작한 게 잡음을 일으키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목동빙상장에 대관을 요청한 모 강사의 대관이 석연찮은 이유로 승인받지 못한 까닭이다.
빙상인 C 씨는 “모 강사가 ‘젊은 빙상인 연대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로 대관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강사는 대관 승인을 받으려 ‘젊은 빙상인 연대’에서 탈퇴했지만, 이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목동빙상장은 모 강사가 젊은 빙상인 연대를 나온 뒤에도 대관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2018년 6월 4일 ‘빙상계 혁신’이란 슬로건과 함께 발족한 단체다. 젊은 빙상인 연대는 발족 이후 줄곧 성명을 통해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 관련 의혹을 규명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젊은 빙상인 연대’ 소속 강사가 석연찮은 이유로 대관 승인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 그 가운데 ‘성추행 의혹’ 전력이 있는 B 씨는 목동빙상장에서 개인 강습 대관을 승인 받았다. 빙상계 복수 관계자는 “결국 빙상계에 만연한 카르텔이 목동빙상장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B 코치가 목동빙상장에서 개인 강습을 재개하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B 씨의 ‘목동빙상장 입성’이 잡음을 일으키는 이유다.
목동빙상장은 서울시체육회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다. 개인 강사들의 대관을 허락해 주는 권한은 목동빙상장에 있다. 목동빙상장 관리책임자는 서울시체육회장으로 이 직책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맡고 있다. 지난해 목동빙상장은 ‘소장 채용 비리 논란’, ‘소장 폭언·폭행 논란’에 휩싸이며 힘겨운 한해를 보낸 바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목동빙상장 유태욱 전 소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행정감사로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와 친분이 깊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유 전 소장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박 아무개 씨는 여전히 목동빙상장 운영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조재범 성폭행 논란’으로 빙상계는 다시 한번 메가톤급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 가운데 성추행 의혹이 있는 빙상 지도자가 ‘한국 빙상의 메카’ 목동빙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빙상계를 휘감은 ‘핵폭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한국체대 조교 출신 빙상 관계자 C 씨는 “조재범 코치를 둘러싼 성 관련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B 씨와 조재범 전 코치는 ‘한국체대 조교 출신’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빙상계 한국체대 카르텔’의 이면을 살핀다면, 더 거대한 시스템적 문제점이 표면 위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성추행 의혹+불법 도박’ 빙상 코치 B 씨는 누구? B 씨는 한국체대 실내빙상장에서 ‘전명규 교수의 오른팔’이라고 불리던 인물이다. 사진=일요신문 B 씨는 선수 시절 ‘롱다리 스케이터’로 이름을 날린 전직 국가대표 출신이다. 한 빙상관계자는 “B 씨가 선수 시절부터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의 총애를 받았다. 전 교수가 ‘키 큰 스케이터’를 선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수생활을 마친 B 씨는 한국체대 실내빙상장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국체대 빙상부 조교를 시작으로 한국체대 실내빙상장 최고 인기 코치로 거듭난 B 씨는 2013년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 자리를 꿰찼다. 빙상계 복수 관계자는 “B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명규 교수의 오른팔이자 행동대장이었다. B 씨가 국가대표 지도자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전 교수의 심복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증언했다. 지도자로 승승장구하던 B 씨의 기세는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꺾였다. B 씨는 ‘2012년쯤 한체대 소속 여자 선수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추행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섰다. 결국 B 씨는 2014년 1월 9일 선수촌에서 퇴촌 당했다. B 씨가 선수촌에서 퇴촌 당한 뒤 B 씨 자리를 채운 건 최근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조재범 코치였다. B 씨는 2014년 스포츠공정위로부터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았다. 중징계를 받은 뒤에도 B 씨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2016년 ‘불법 스포츠 도박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당시 B 씨는 ‘2011년부터 3년간 283회에 걸쳐 불법 스포츠 도박에 3억 9000여만 원을 베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그러던 2017년. 체육단체 통합 추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을 사면하기 시작했고, B 씨의 ‘영구제명’ 중징계 역시 ‘자격정지 3년’으로 감경됐다. [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