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내신제가 주범”
알다시피 평소 학교시험을 잘 봐야만 좋은 내신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중3이나 고3이 되면 지난 학년도의 성적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신 성적은 크게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3이나 고3이 돼서 철이 든 학생들의 경우 객관적인 학업 성취도와는 상관없이 너무도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부모들은 “아예 좋은 학교에 진학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따라서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현재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초등학교 때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것이나 중학교 때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공부하는 선행학습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은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대도시권의 중고등학교 우수학생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상당한 선행학습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 Y 중학교 3년생인 김 아무개 양(15)은다른 지역에서 이 학교로 전학온 뒤에 심한 열등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중학교에 들어가보니 우리반의 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선행학습이 다 돼있는 거예요. 수학경시대회 시험 문제에 2학년, 3학년 문제가 출제되고요. 수학 같은 경우 저는 학교에서 배운 부분을 따라가기도 벅찼는데 다른 친구들은 중3 과정을 공부하고 있지 뭡니까.부모님께 왜 내게는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았느냐고 따진 적이 있어요.”
김 양은 지난 2년간 열심히 공부해 현재 내신은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진로를 놓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외국어고등학교나 과학고등학교를 가고 싶은데 문제는 고등학교 과정에 대해 선행학습이 거의 안돼 있다는 것. 이들 학교에 다니는 선배들로부터 선행학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학하면 따라가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좋은 내신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얘기를 최근 들어 자주 들었기 때문.
내신제도에 대해서는 현재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신제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교육 시장이 교육제도를 너무 잘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리고 한편에선 사교육 업계의 대처가 너무도 발빠르기 때문에 어떤 교육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교육 비중을 줄이려는 취지로 시작한 내신제도가 결과적으로 사교육시장을 키우는 셈이 된 만큼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