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마케팅이냐 우익 게임랜드냐
▲ ‘패트리어트 온라인’ 게임 화면. | ||
‘패트리어트 온라인’이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북한군인과 테러리스트 등이 남한의 광화문, 독도 등에 침입했다는 가상 설정 속에 이를 진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애국일보’ ‘애국게시판’ ‘애국갤러리’ 등의 코너들이 있는데, 주로 최근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보수 우익 세력 시각의 뉴스들을 모아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 혹은 개발자들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져 있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과연 이 게임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을까.
'패트리어트 온라인’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지난 4월 중순부터 일부 게임 웹진에 광고가 올라오면서 인기 커뮤니티 등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패트리어트 온라인’은 대한민국 군인, 특수요원, 특수기동대가 한 팀을 이루고 북한군인과 테러리스트가 한 팀을 이뤄 양쪽이 교전을 펼치는 방식의 게임이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맵은 군수공장, 통일안보전시관, 광화문, 독도, 북한 잠수함 등이며, 각 맵별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설정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통일안보전시관 맵에는 곳곳에 간첩침투나 판문점 도끼 사건 등과 같은 과거 안보 이슈들과 최근 북한의 핵 위협 등에 대한 경고 문구들이 보인다.
게임 속뿐만 아니라 게임 홈페이지에도 정치적인 성향이 잘 나타나 있다. 애국일보라는 코너에서는 라이트 코리아,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대북전략연구소,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주요 보수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나 기고문 등이 게재돼 있다.
‘패트리어트 온라인’의 이러한 모습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어떤 게임 홈페이지에서도 정치적인 현안이나 이슈 등을 내세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누군가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홈페이지에는 이 게임을 개발한 개발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들 개발사와 접촉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개발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보수 우익 단체들은 아니다”며 “단지 반공이나 안보교육을 활용한 애국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이트를 이렇게 꾸민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 홈페이지에 배너 광고를 하고 있는 인터넷 안보 전문 웹진 ‘코나스’ 관계자는 최근 이곳에서 기사 제휴 및 광고 교환을 제안해 왔다며 청소년들의 안보교육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패트리어트 온라인’은 90년대 PC패키지 게임을 개발한 사내스포츠(대표 김수창)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사내스포츠는 90년대 후반부터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스포츠 게임 개발 및 해외 유명 PC패키지 유통 사업을 진행한 회사로 수년 전 경영난을 겪다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최근 김수창 사장을 비롯해 남은 개발자들이 의기투합해 ‘패트리어트 온라인’을 개발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비주의와 애국 마케팅으로 유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지만 ‘패트리어트 온라인’을 접한 대부분의 유저들은 기존 게임에 비해 그래픽이 조잡하고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패트리어트 온라인’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정식으로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안셀’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아무리 애국 마케팅이라지만 최소한의 퀄리티는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