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선 심심 혼자선 짜릿 중독인가봐…
▲ 영화 <걸스 온 탑>의 한 장면. | ||
애인 없는 노처녀만 자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있는 유부녀도 자위를 한다. 섹스 상대가 있는데 왜 자위를 하느냐고? 남자가 시시때때로 와이프를 재우고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자도 혼자만의 시간에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를 떠올리며 쾌락의 절정을 경험하고 싶을 때가 있다. 확실히 자위에는 섹스와는 다른 맛이 있으니까. 된다는 얘기다.
이상형의 남자가 내 안으로 들어와 G스폿과 클리토리스를 콕콕 집어 자극한다고 상상해보라. 재미있는 것은 섹스를 할 때는 스킨십을 선호하던 여자도 마스터베이션을 할 때에는 버자이너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점에서 남자의 자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는 마사지 기구를 통해 가슴과 허벅지 등을 애무하면서 성감대를 자극한다는 암시를 주고, 바이브레이터를 침대 옆 탁자에 간직하는데 사실 대한민국 여성 중에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 자위하는 여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자위를 시작하자마자 쉽게 오르가슴에 이르게 되는데, 굳이 ‘부르르’ 하는 것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데 ‘부르르’의 매력을 아는 여자들은 대개가 바이브레이터의 존재에 박수를 친다. 포르노 마니아인 A는 “처음에는 실리콘 재질, 성기 모양의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거든. 모양도 익숙하고, 실리콘 재질이라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바이브레이터를 쓸수록 작고 딱딱한 미니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이 오르가슴에 쉽게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지. G스폿과 클리토리스를 제대로 알게 되면서 섹스를 주도할 수 있게 되었어”라며 바이브레이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사실 여자가 섹스 중에 자신의 성감대가 어디인지, 어떻게 자극해야 좋은지를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불감증을 호소하는 여자에게 ‘자위’를 처방하는 의사도 상당수이다. 문제는 자위가 아니라 자위 중독이다. 남자와의 섹스는 멀리하고, 혼자만의 섹스에 집착하는 여자는 결국은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섹스 트러블이 그렇듯, 자위에 중독되는 이유 역시 다양하다. 한 여자가 자위에 중독된 사연. 섹스를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남자와 5년 남짓 연애했던 B는 그의 섹스 방식이 싫었다. 섹스 중 B의 기분이나 흥분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쾌감에만 집중하는 그가 얼마나 얄미웠겠나. 그런데 B가 진짜 절망한 것은 그와 헤어진 후였다. B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새 남자친구와의 섹스에서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섹스 중 ‘널 만족시켜줄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찬 그는 다양한 체위와 스킬을 구사하며 B의 눈치를 살폈다. 체위를 바꿀 때마다 “좋아?”라고 물었고, 섹스 중에도 “후배위가 좋아? 엇각이 좋아?”라고 B의 쾌감에 집중했다. 안타깝게도 그가 B에게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B는 흥분이 식어버렸다. 그녀는 원 나이트 스탠드를 택했다. 상대를 적당히 배려하고, 자신의 쾌감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원 나이트 스탠드에서만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섹스를 하고 싶을 때마다 원 나이트 스탠드를 할 수는 없는 일. B는 결국 자위에 몰입하게 되었다. 자위를 시작하고부터는 성욕을 채울 수 있는 원 나이트 스탠드를 구하러 나설 필요도 없고, 오르가슴 성공률 100%였으니까. 스킨십이 없는 혼자만의 섹스는 슬펐지만 짜릿했던 것이다.
B의 서글픈 자위 에피소드를 들으면 남자들은 한결같이 반응한다. ‘일방적인 것도 싫고, 배려하는 것도 싫으니, 어쩌라는 거냐’라는 것이다. 그동안 필자는 남자들에게 섹스 중 여자의 기분과 흥분을 살피고 배려하라는 조언을 해왔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들이 섹스 중 여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니까. ‘오늘밤 내가 너를 죽여주겠어’라는 생각을 가진 남자들은 여자가 신음소리를 내기만 해도 자아도취에 빠져 여자가 진짜 오르가슴을 느끼는지 아닌지는 뒷전이다. 이때 여자는 처음에는 저돌적인 남자의 리드에 흥분을 느끼지만, 이내 그의 일방적인 피스톤과 사정에 실망할 뿐이다. 그런데 반대인 경우도 있다. 여자의 기분과 흥분에 너무 집착하는 남자와 섹스를 하다보면 여자는 자신의 흥분을 솔직하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가 너무 밝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쑥스러워 하는가 하면, ‘내가 절정에 다다른 줄 알고 이 남자가 끝내버리면 어쩌지’하는 불안감까지 엄습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지금 흥분하지 않은 걸 눈치 채고 그가 식어버리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면서 오르가슴을 연기할 때도 있다. 어느 쪽이건 섹스 중에 자신의 흥분도에 대해 100% 정직하지 않은 관계에서 여자가 오르가슴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남자들은 다시 물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섹스는 양방향이어야 한다. 남자가 여자의 목덜미를 애무하면 여자가 손으로 남자의 페니스를 흥분시키고, 여자가 오럴 섹스를 하는 동안 남자는 여자의 가슴을 애무하는 등 탁구 같은 섹스를 할 때에 여자는 어느새 오르가슴에 이르게 된다. 끊임없이 서로를 흥분시키고, 자신의 쾌감에도 충실한 섹스이기 때문이다. 섹스는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만족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남자는 여자의 만족을 무시해서도, 집착해서도 안 된다. 여자의 몸과 쾌락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의 쾌락에도 충실할 때 남녀 모두 자위에 중독되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