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향으로 안되겠니?
▲ 영화 <미스터 콘돔>의 한 장면. | ||
NO 콘돔, NO 섹스. 내 유일한 섹스 규칙이다. 그와의 섹스 후 한 달이 넘도록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혹시 임신?’이라는 생각과 함께 공포감이 엄습한 데는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임신테스트기 주세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연습하고서도 약사에게 “비타민 C 주세요”라고 엉뚱한 말을 내뱉은 적도 있었다.
그때 내 나이가 서른 살, 아줌마가 되고도 남을 나이였으니 당당하게 임신테스트기를 달라고 해도 될 판이었지만 법적 처녀인 나는 그 말을 내뱉는 것이 어찌나 어려웠던지…. 생리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는 콘돔 없이 섹스를 하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다. 남자가 진심으로 섹스를 원한다면 첩첩산중 오두막집에 있다고 해도 어디선가 콘돔을 구해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몇 번의 섹스 후 우리 집에 콘돔 한 박스를 사들고 온 남자도 있었다. 그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지갑에 넣고 다니기도 쑥스럽고, 매번 사오기도 귀찮아서”라고 말했던가. 이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아, 콘돔 없지?”라며 섹스를 포기한 남자도 있었으니까. 내가 마법에 걸린 날에도 “괜찮아”라며 내 팬티를 내렸던 그가 ‘콘돔이 없다’는 이유로 섹스를 포기했을 때 나는 분명히 섭섭했다. 어찌 보면 나는 내 꾀에 스스로 속은 셈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괜찮아. 그냥 하자’라고 내 섹스 규칙을 무너뜨리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질외사정으로 피임을 하던 선배와 후배가 연이어 임신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이를 가질 때가 아니야’라고 가족계획을 밝히면서도 “난 생리주기가 정확해. 가임기간만 피하면 되는 거지. 게다가 질외사정을 하는데 무슨 걱정이야?”라며 콘돔 사용을 피했던 두 사람은 덜컥 임신을 한 후 “콘돔 꼭 사용해”라며 오히려 내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피임의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남녀 모두 콘돔을 싫어한다면 피임약을 복용하든, 사후피임주사를 맞든, 루프를 끼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는 콘돔 사용을 원하고, 남자는 콘돔 사용을 질색하는 경우에 섹스에도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남자들은 대게 콘돔을 싫어한다. “콘돔을 끼우는 순간에 분위기가 깨지잖아. 콘돔을 찾아야지, 뜯어야지, 끼워야지. 그동안 한껏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확 깨진다고.” 혹은 “성감이 떨어지니까. 아무래도 살과 살이 닿는 것보다는 감각이 떨어지잖아. 고무장갑 끼고 코를 판다고 생각해봐”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이유를 대면서 남자들은 여자를 회유한다. “내가 잘 조절할 수 있다니까!”라고 자신 있게 말을 하거나 “정 임신하는 게 싫으면 네가 피임약 먹으면 안 돼?”라고 불평을 하면서 콘돔 사용을 피한다.
그런데 ‘피임약이 인체에 끼치는 악영향은 0%’라고 해도, 여자는 피임약 복용 후 얼굴에 트러블이 생기거나 구토 증세가 나는 등 작은 징후가 보이면 괜스레 ‘피임약 때문인가’ 싶어서 찝찝하다. 게다가 처녀의 경우에는 ‘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면 임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속설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가장 안전하고도 가장 간편한 피임 방법인 콘돔 사용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콘돔이 피임 도구인 동시에 성 보조기구 기능까지 있다는 것을 아는지? 남자들은 콘돔을 선택할 때, ‘라텍스의 두께’와 ‘밀착감’ 그리고 ‘고무 냄새’를 기준으로 고른다. 여자가 페니스를 좀 더 리얼하게 느낄 수 있으면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남자의 기준이다. 여자의 질 감각 세포는 라텍스의 두께와 콘돔과 콘돔과 페니스와의 밀착감까지 느낄 만큼 민감하지는 않다.
콘돔을 선택할 때 여자에게 중요한 기준은 라텍스의 두께보다는 ‘고무 냄새’와 ‘젤의 양’이다. 애무와 페팅으로 쾌감이 서서히 오르다가 콘돔을 꺼내드는 순간 콘돔의 역한 고무 냄새 때문에 분위기가 확 깨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윤활제’의 경우 ‘두께’와 마찬가지로 개인차가 크다. 반면 천연 알로에가 배합된 젤리가 4배나 많은 콘돔으로 유명한 ‘s+He’은 질이 건조한 사람이나 성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피임 뿐 아니라 섹스 보조 기구 역할까지 할 정도로 탁월한 기능이 있다. 단 애액이 많이 분비되는 이에게 ‘윤활제’는 질 입구로 삽입할 때의 쾌감을 방해하는 물질이 될 수 있다. 러브젤이 너무 미끈덩거리면 남녀 모두에게 삽입의 오르가슴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지금 당장 콘돔 전문 사이트인 콘돔매니아(www.condomist.co.kr)에 들러 그녀가 좋아할 만한 콘돔을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딴지몰(www.ddanzimall.com)에서 돌출·요철형 콘돔부터 귀두형 콘돔까지 다양한 콘돔을 쇼핑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자면, 콘돔의 크기로보나 기능으로 보나 대한민국 남자에게는 미제보다 일제가 더 효과적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